13명 사상 열기구 사고 당시 상황은..

13명 사상 열기구 사고 당시 상황은..
급강하 열기구 기우뚱하고 150m 질질…탑승자 여기저기 튕겨나
한라산 동부권 고지대 상공서 강풍 만나, 조종사 충돌사고 과정서 참변
  • 입력 : 2018. 04.12(목) 16:24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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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13명이 탔던 열기구가 나무와 부딪혀 지상에 떨어져 있다.

"사람들이 탄 열기구 바스켓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강풍에 힘없이 끌려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질러댔어요."

 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정상적인 착륙에 실패, 나무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탑승자들은 열기구가 제대로 착륙하지 못해 급강하하고서 바람에 속절없이150여m 끌려가 나무와 충돌하기까지 과정을 '공포의 순간'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열기구는 오전 7시 40분께 중산간 지대인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체육공원에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사고 지점과는 직선거리로 12㎞가량 떨어진 곳이다.

 열기구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운항 중 바람도 안정적이고 괜찮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동부권인 조천읍과 표선면 등지의 오름 경관을 창공에서 감상하며 30여 분간 남쪽으로 비행했다.

 그러나 남원읍 신흥리 인근에 와서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사고 지점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서부터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산간 고지대에 오자 바람 방향이 이리저리 순식간에 바뀌었다. 난기류를 통과하는 비행기처럼 열기구가 다소 흔들렸다.

 그런 차에 고도를 낮추자마자 1차 사고가 터졌다.

 들녘에 바람을 막으려고 심어 둔 삼나무 방풍림에 바스켓이 걸려 꼼짝없이 높이3m가량 공중에 매달렸다.

 당황해하는 관광객들을 본 조종사가 키를 올렸다. 바람을 탄 바스켓이 떠오르며방풍림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러곤 착륙 지점을 찾으려고 공중을 맴도는 사이 바람은 더욱 세차졌다.

 탑승자 양모(43)씨는 "당시 조종사가 '곧 착륙할 것'이라며 탑승자들에게 충격에 대비해 꽉 붙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열기구는 정상 착륙하지 못하고 2m 정도 아래로 급강하하더니 '쿵'하고 땅에 부딪혔다.

 균형을 잃어버린 열기구는 거센 바람에 질질 끌려가면서 공이 튕기듯 지상과 충돌을 여러 번 반복했다.

 다른 탑승자는 "열기구 바스켓이 흔들리자 사람들이 서로 뒤엉켰다가 땅에 충돌하면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말했다.

 공중에 띄우기 위해 천으로 만든 커다란 주머니인 기구가 바람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불려 나가자 사람들이 탄 바스켓도 힘없이 150여m를 끌려갔다.

 그 사이 관광객 등 12명은 모두 바스켓에서 떨어져 나갔다.

 열기구는 삼나무 방풍림에 다시 충돌하고서야 멈춰 섰다. 이때까지 조종사 김종국(55) 씨는 열기구 안에서 키를 잡고 있었다.

 사고 직후 구조작업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사고 지점은 대도로 변에서 3∼4㎞ 떨어진 임야지대다.

 조천읍과 남원읍을 연결하는 남조로에서는 사고 현장까지 갈 길이 없었다. 유일하게 난 길도 흙과 자갈로 된 비포장도로로, 20∼30분을 꼬불꼬불하게 들어가서야 사고 지점 근처로 갈 수 있었다.

 그런 데다 탑승자들은 사고 지점을 제대로 알지 못해 119구급대가 현장까지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구급대는 신고 1시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부상자들이 병원에 옮겨지는 데에도 30여 분이 더 걸렸다.

 이 사고로 조종사 김씨가 심정지 상태로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12명이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쳤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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