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유채꽃
  • 입력 : 2018. 02.23(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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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아버지는 돌연 생업을 양봉업으로 바꿨다. 농업과는 전혀 무관한 집안 환경으로서는 실로 충격이었다.

양봉은 집시처럼 떠도는 업종이라 산이나 들에서 노숙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채밀하는 날이면 몸뚱이 여기저기 벌침에 쏘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꽃을 찾아 떠나는 그림 같은 추억이었던 것 같다.

봄 햇살이 움트면 꿀벌들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녀석들이 가장 먼저 찾는 표적이 바로 봄의 전령인 유채꽃이다. 그 시절 샛노란 유채꽃은 제주 봄의 아이콘이었다. 조금 과장인지 모르지만 도 전역을 뒤덮을 만큼 가는 곳마다 유채밭이었다. 드넓은 노란 유채꽃 군락은 아름다움에 숨이 막힌다. 보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거기에다 따사로운 봄 햇살까지 보듬으면 유채꽃 그 자태는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극치에 이른다. 더군다나 밭담 길 따라 핀 유채꽃은 정겹기까지 한다. 유채꽃은 9월에 파종해 이듬해 3~4월에 절정을 이룬다. 겨울을 이겨내야 하는 만큼 추위에 강한 작물이다. 예전에는 기름과 식료재료인 유료작물로 재배했었지만 요즘은 주로 경관관광자원으로 한 몫 하고 있다.

매년 3~4월이면 서귀포시에서는 유채꽃을 주제로 두 개의 축제가 열린다.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와 제주유채꽃축제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는 오는 3월 24~25일 양일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서귀포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에는 이중섭 거리에서 열리는 서귀포 봄을 여는 봄꽃 축제와 함께 어우러져 더욱 흥미를 자아낼 거란 예측이다. 제주유채꽃축제는 4월 7~15일 9일간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 조랑말체험관 일대에서 치러진다. 하얀 벚꽃과 함께 어우러진 유채 녹산로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큼 가히 장관이다. 올 봄 서귀포유채꽃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정윤창 서귀포시 관광진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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