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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같은 데 내용은 달라… 제주도민만 혼란
10일 간격 두고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각각 발의
道 "지방채 상환에도" VS 의회 "빚 갚는 데엔 못 써"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18. 02.13. 17: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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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같은 데, 주요 내용은 상반된 조례가 10일 간격을 두고 제주도와 도의회에서 각각 발의돼 도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조례를 공포해 시행하려면 어느 한 쪽은 입법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의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31일자로, 도의회는 지난 9일자로 같은 이름의 조례안을 각각 입법 예고했다.

 조례를 만들려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선 두 기관 모두 이견이 없다. 제주도와 의회는 한해 예산의 일부를 기금으로 쌓아 앞으로 다가올 지 모를 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요 조문들에선 큰 차이를 보였다. 제주도가 발의한 조례는 매년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한해 거둬들인 세금에서 지출된 금액을 뺀 나머지)의 30% 이상을 재정안정화 기금으로 적립하라고 규정했지만 의회가 내놓은 조례에는 전년과 비교해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교부세를 더한 금액의 증가율이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을 초과한 경우에 한해 매년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또 제주도의 조례에는 조성한 재정안정화 기금이 한해 일반회계의 10%를 넘어설 때는 더 이상 추가적으로 적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최대 한도를 설정했지만, 의회가 발의한 조례엔 이런 예외 규정이 없다. 또 기금 심의 기관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둘 사이에서 가장 큰 시각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재정안정화 기금을 어떤 상황에 사용해야 하는 지이다. ▷대규모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재정부담 사업이 있을 때 재정안정화 기금을 사용하자는 데에는 양 기관이 같은 입장이지만, 의회는 제주도가 발행한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목적에는 기금을 쓸 수 없도록 했고, 제주도는 반대로 이를 허용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각각의 조례가 시행된다고 가정해 재정안정화 기금의 조성 규모를 추정한다면 의회 안은 제주도 안보다 약 60% 적은 규모로 적립될 것 같다"며 "빚을 내 실시하는 여러 재정사업의 경제성 등에 의문이 많은 상황에서 재정위기에 대비해 쌓은 기금까지 빚을 갚는 데 써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 차원에서 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준비하는 상황이었는 데, 제주도가 먼저 발의해 당황스럽지만 주요 내용이 다른 만큼 (같은 이름이라도) 입법을 늦출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도 같은 이름의 조례가 발의됐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다"면서 "원리금 상환이 늦어져 발생하는 재정 부담도 재정 위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기금 사용 목적에 해당 내용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약 의회가 제주도의 조례를 부결시키고 의회의 조례를 통과시키면 재의요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엔 "검토가 필요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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