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인력난 앞으로 농사 접어야 할지도…"

"만성적 인력난 앞으로 농사 접어야 할지도…"
제주 마늘 주산지 대정지역 첫 수매현장 르포
생산량은 작년보다 줄었지만 상품률은 소폭 상승
일손부족 틈타 인력중개소에선 웃돈 요구 다반사
  • 입력 : 2017. 05.28(일) 16:28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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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최대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에서 농협과 계약재배한 마늘의 첫 수매가 28일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이뤄졌다. 강희만기자

"마늘농사 지으면서 제일 힘든 건 인력난이다. 마늘은 파종서부터 비닐 멀칭씌우기, 수확후 건조해서 주대(줄기) 절단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뿐인 농촌엔 일할 사람이 없고 인력중개소에서 공급받는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고…."

 농협과 계약재배한 올해산 마늘의 첫 수매가 이뤄진 28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농가에서 망사에 담아 트럭에 가득 싣고 온 마늘이 품질검사대를 통과하자 상·중·하품으로 등급이 매겨졌다.

 올해 마늘구 직경이 5㎝인 상품 마늘의 농협 수매가는 ㎏당 3200원. 역대 최고 수매가였던 작년(4200원)보다는 1000원 낮지만 2010년 이후 수매가로는 2012년산과 동일한 두 번째 높은 수준이다. 마늘 생육기와 수확기 날씨가 좋아 상품 비율은 평년보다 높은 80% 수준이다. 생산량은 작년 10월 태풍 '차바' 영향 등으로 평년(3.3㎡당 6~7㎏)보다 적은 5~6㎏쯤 된다고 센터에서 만난 농가들은 전했다.

 하모3리 김모(70)씨는 "올해는 마늘 밭떼기거래량도 아주 적었고, 재고량도 많다고 들었는데, ㎏당 3200원의 수매가격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인력난이다. 김씨는 "매년 인건비가 오르는데다 인력중개소에서 '몸빼값' 등으로 너무 많은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 3만3000㎡당 100만원까지 달라고 한다. 하지만 농가에선 달리 방법이 없다. 몸빼값을 줘야 앞으로 파종과 수확철 인력이 필요할 때 제때 공급해 준다니 일종의 선수금조로 울며 겨자먹기로 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작년 태풍 피해로 생산량이 작년보다 20% 정도 줄어들었다"는 이문수(59·하모2리)씨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가 큰 부담이라고 했다.

 마늘은 밭작물 중에서도 기계화율이 가장 낮은 품목으로 꼽힌다. 몇 차례 마늘 수확기와 주대 절단기 시연회도 열어봤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창철 대정농협조합장은 "마늘 수확기를 사용하더라도 수작업으로 마늘의 흙을 털어내야 하고, 주대 절단기도 길이를 2㎝ 정도로 고르게 잘라내지 못해 농가들은 손으로 하는 게 더 낫다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농협 임직원들의 일손돕기와 전국에서 처음으로 꾸려진 대학생 봉사단과 군 장병들도 마늘수확을 도왔다. 이 날 마늘 수매현장을 찾은 고병기 농협제주지역본부장은 "마늘 수확이 시작된 후 하루 40명의 유상인력을 농가에 중개하고, 농협 임직원·대학생·군 장병·각급 기관·단체에서 1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손돕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일손돕기는 고마운 일이지만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없인 앞으로 얼마없어 농사를 접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농민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올해 도내 마늘 생산예상량은 작년(3만2156t)보다 4.5% 감소한 3만700t이다. 이 가운데 32.7%(1만47t)가 농협계약재배 물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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