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달라진 응급실 진료

[건강&생활]달라진 응급실 진료
  • 입력 : 2017. 04.19(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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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A씨는 새벽부터 명치 부위가 답답하고 체한 느낌이 들어 집에 있던 소화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통증이 지속됐다. 식은땀이 나고 통증이 어깨까지 뻗치며 호흡곤란이 동반되어 응급의료센터로 내원하였다.

80세 B 할머니는 2일전 잔칫집에서 식사를 한 후 당일 저녁부터 발진과 가려움이 생겨 지켜보다가 차도가 없자 응급의료센터로 내원하였다.

두 환자가 같은 시간에 응급의료센터로 내원하였다. 예전에 응급실은 응급실 입구의 원무과에서 접수를 한 후 응급실에 들어오면 보통 접수한 순서대로 진료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6년 이후로는 접수 후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류소'에서 먼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5단계로 분류하여 진료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를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라고 하며 각 분류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1등급(소생): 생명이나 사지가 곧 악화될 위협이 있어 적극적인 처치를 필요로 하는 상황

2등급(긴급): 생명 혹은 사지에 잠재적인 위협이 있어 의료 지시에 따라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

3등급(응급): 응급 처치가 필요한 심각한 문제로 진행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상태

4등급(준응급): 한두 시간 안에 치료 혹은 재평가하면 되는 상태

5등급(비응급): 급성기지만 긴급하지 않은 상황이며 변화 없는 만성적인 문제의 일부분일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1등급은 당장 소생실로 보내지거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로 판단하여 바로 진료 및 응급처치가 시작되며 2등급은 10분 내 응급진료가 시작되어야 하고, 지금은 중증이 아니더라도 곧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3등급의 경우에는 30분 이내, 4등급은 1시간 이내, 5등급의 경우는 2시간 이내 진료가 시작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4등급이나 5등급의 비응급 환자로 분류되면 환자의 동의하에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으며 계속 진료를 원하는 경우에는 응급의료관리료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처럼 복잡한 시스템이 도입된 배경은 우리나라 응급실의 과밀화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처음으로 연간 응급실 이용자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응급실 이용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응급학회와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는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의 80% 가량이 비응급환자이고 열상, 감기, 위장관염 등의 질병 등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처럼 응급실을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혼재하고 그렇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는 중증 응급환자에 투입되어야 할 의료자원의 대부분이 비응급환자 진료에 소진되게 된다. 응급실 과밀화의 또 다른 문제는 전염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보면 당시 확진자 186명 중 88명이 응급실에서 감염된 것처럼 좁은 공간에 환자와 보호자가 몰리는 환경은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응급의료센터에 대해서 평가 및 관리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 역시 평가 지표의 하나로 포함된 상태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제주한라병원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 2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분류소를 거치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 진료의 질을 높이고 총 진료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첫 단추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응급실 진료는 접수순이 아니라 중증도 순서라는 대원칙이 지켜질 때 누구나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문이상 제주한라병원 응급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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