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암과 영양
  • 입력 : 2016. 12.28(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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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내려와서 암환자 진료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다. 그동안 "암환자는 전복을 절대 먹으면 안 되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 왔다. 다른 지역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전복인데 왜 그럴까?

우리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음식 속의 3대 영양소이며, 이들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된 원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전문용어로 '칼로리')은 체중 1㎏마다 약 30㎉이다. 체중이 60㎏인 사람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최소 1800㎉를 먹어야 한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각각 1g 무게에 4㎉를, 지방은 이들보다 2배 이상 많은 9㎉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필요한 칼로리를 지방과 고기를 위주로 보충해야 할 것 같지만, 영양의 균형을 위해서는 탄수화물 5, 지방 3 그리고 단백질 2의 비율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놀랍게도 암의 크기가 매우 커진 진행 암 환자에서는 암의 크기가 작은 조기암 환자와는 다르게 암 덩어리 그 자체가 하루에 약 1500㎉를 별도로 소모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아무리 잘 먹어도 만성적인 칼로리 부족에 의한 영양결핍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다 암세포들이 카켁신이라는 나쁜 물질까지 만들어내서 식욕을 감소시키고 몸도 더 야위게 만든다. 특히 큰 암수술로 음식을 삼키거나 영양소들을 흡수하는 위장관의 정상적인 구조가 변형되었고, 반복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아온 환자들에서 영양결핍이 더 심하게 일어난다.

암환자에게 영양이 왜 그리도 중요할까? 이에 대한 답으로 수년 전에 발표된 놀라운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이런저런 암 치료들을 받아온 폐암환자들의 살아 있는 기간이 허리높이의 척추(요추) 주변을 둘러싼 근육 덩어리의 양과 비례하였다고 한다. 이는 암을 직접 제거하는 치료들 못지않게 영양 상태를 잘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오래 사는 데 중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영양결핍이 오면 저장된 당분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방과 근육까지 에너지원으로 동원된다. 그 결과 몸을 구성하는 지방과 근육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특히 호흡에 동원되는 근육들까지 약화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과 패혈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실도 소개된 연구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의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 사이에 암세포가 고기와 단 음식을 좋아해서 이를 먹으면 암이 더 빨리 자란다는 낭설을 믿고 육류와 당분을 철저하게 기피하는 환자들의 수가 적지 않다.

암환자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먹을 수만 있다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가리지 말고 골고루 충분히 섭취해야 하고, 반드시 적당량의 고기를 함께 먹어야 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식욕이 없으면 메제스테롤 같은 식욕자극 호르몬제라도 투여해서 잘 먹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심한 통증도 식욕 감소의 한 원인이므로 적절하게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음식을 삼키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가느다란 튜브를 코를 통해 위로 넣거나 식도를 통하지 않고 배 바깥에서 피부를 통과해서 위 속으로 바로 들어가는 특수한 튜브를 내시경으로 삽입하여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암환자에게 영양공급을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이유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들을 잘 극복하게 해주며, 치료에 대한 반응률뿐만 아니라 장기간 살아있을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데 있다. 일단 손실된 영양결핍을 만회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결핍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음식을 가려 먹여야 한다는 남들의 이야기를 절대 듣지 말고 의사와 자주 상의하면서 균형 잡힌 영양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이 옳다. <한치화 제주한라병원 혈액종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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