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돈의 진리
  • 입력 : 2016. 09.27(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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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 돈…….

지금 현 인류가 가장 중요시하는 물질적인 이름이 있다면 바로 돈, 돈일 것이다. 돈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는 필자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갑자기 웬 돈 이야길까?

속상해서이다.

열흘 전, 우리는 민속명절 추석을 지냈다. 고향도 가고, 조상님의 묘소도 성묘하고 제주 살이 16년이지만, 따로 친인척이 없는 우리는 명절날 육지를 가지 않으면 따로 갈 곳이 없다. 하지만 매년 빠지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 있다.

'하원동 탐라왕자 묘'가 그곳이다.

이번 추석에도 우리가족은 탐라왕자 묘에 참배를 갔다. 우거진 풀을 헤치고. 자꾸만 눈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길게 웃자란 풀들이 어찌나 무성했던지, 올해 여덟 살 작은 아이는 진드기에게 물리면 안 된다며 연신 팔딱 뛰며 발을 내려딛기를 두려워하며 매달렸다.

제주도 행정은 정말, 이럴 것인가?

10여 년 전, 처음 탐라왕자 묘를 참배했을 때 그 때와 같은 상황을 또 만나게 할 것인가?

책임자가 바뀌면 연계되지 않는 이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협업과 협치는 세 치 혓바닥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돈이 되는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인가?

진정 묻고 싶다. 기념물로 격하되어서 제정된 것도 필자는 문제라고 보는데, 이처럼 '하원동 탐라왕자 묘'를 방치 할 것인지 말이다.

아니, 제주도민 전체에게 묻고 싶다.

그들이 그처럼 너스레를 떨며 자랑하는 탐라국인들이라면서 그들의 옛 뿌리를 그처럼 방치해 둘 것인지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묻고 싶다. 진정 그것이 탐라국이라 자부하는 당신네들인지 말이다.

혹자는 '탐라왕자 묘의 주인이 탐라인이 아니고, 원나라 사람'이라 하기도 한다.

원나라 사람이면 어떻고, 탐라인이면 어떻다는 말인지. 탐라국을 지키다가 저들의 손에 훼손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 아닌가? 그리고 원나라 사람이라는 그 사실마저도 뒷받침해 줄 근거자료가 있느냐 말이다. 제대로 된 자료 하나 남아있지 않는 탐라국의 역사 앞에 누가 감히 혓바닥을 댈 수 있고, 세 치 혀로 난도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발 진심으로 바라고 바란다.

1만8000신화를 자랑하기 이전에 그 신화와 역사를 탄생시킨 전신에 대한 예우와 그 자료들을 복원하고 학술적 가치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자. 지금 당장 말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돈이 되는 곳에 돈을 들여서 정비하는 일은 누구나 다하는 일이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탐라국의 뿌리를 찾아내는 작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일은 행정이 먼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고, 일반인들에게 독려하고 그들에게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계도해야 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냐 말이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는 직관의 눈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제주도는 이제 문을 너무 크게 열어놓아서 닫고 싶어도 닫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 단속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변해버릴지 모르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제주의 역사도 문화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재해석 된 새로운 역사가 미래에 우리를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행정의 손길이 미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탐라의 뿌리를 찾아서 복원하고 정비해 놓는 일은 그보다 더 큰 선행 과제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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