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제주문화계 이슈 & 화제](3)원도심 물들인 예술향기

[2014제주문화계 이슈 & 화제](3)원도심 물들인 예술향기
  • 입력 : 2014. 12.25(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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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취지로 향사당 일원에서 열린 삼도2동 마을축제. 사진=한라일보 DB

오래된 '구제주'에 빛깔 입히는 작업 열기
프린지페스티벌·옛길 탐험·아트페어 등 다채
지속가능한 삶 위한 도시 재생 공감대 찾아야


2014년 제주 문화계에 자주 오르내린 이름 중 하나가 제주시 원도심이다. 예술인은 물론 동호인,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해 원도심을 예술의 향기로 물들였다. 제주시 삼도2동, 일도1동, 건입동 등 옛 제주성 일대를 일컫는 원도심은 올 한해 제주도민들에게 기억해야 할 것, 남겨둬야 할 것, 지켜가야 할 것을 환기시켰다.

▶삼도2동 일대 등 행사 잇따라=제주시 원도심 활성화는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침체된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다양한 정책이 제안됐고 관련 용역도 10여회 진행됐다. 쇠락한 도시를 살리겠다는 이들은 많았지만 실천은 더뎠던 지난 시기에 비해 올해는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원도심을 누비는 사업이 잇따랐다.

옛 제주대병원 앞 삼도2동 '문화예술의 거리'에 행사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제주민예총은 지난 10월 9일간에 걸쳐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2014제주프린지페스티벌을 열었다. 산지천, 한짓골에 이어 세번째로 택한 장소다. 제주시는 도심 공동화의 상징이었던 옛 제주대병원 앞 빈점포 임대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도자기 공방, 퍼포먼스 공연팀, 그림책갤러리 등이 그렇게 들어섰다. 이번에 11개 업소를 선정했고 내년엔 6개소를 더 늘린다. 삼도2동 마을축제, 거리 공연, 향사당 시낭송 행사 등도 열렸다.

지난해부터 원도심 옛길 탐험을 진행해온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는 '탐라천년과 동지 팥죽의 만남' 등 이달까지 바지런히 원도심에 발자국을 남겼다. 대동호텔 갤러리 비아아트 등은 관덕로 15길 여관길에서 칠성로의 사연을 품은 숙박업소를 행사장 삼아 올해 처음으로 미술시장인 제주아트페어를 개설했다. 칠성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왓집은 '멩글엉폴장'으로 이름붙인 아트마켓을 정기적으로 열며 젊은층을 불러냈다. 아라리오 기업은 탑동의 문닫은 극장, 산지천 인근 모텔 등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바꿔놓았다.

▶문화계 노력 한편에 경관 훼손=원도심과 문화의 만남은 내년에도 풍성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새롭게 출범한 제주도정이 '찾아가는 도지사실' 등을 운영하며 문화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를 강조했던 만큼 관련 사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옛 제주대병원의 경우도 제주도가 나서서 가칭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낡고 쓸모없고 철지난 도시로 여겨온 '구제주'가 지역 문화계의 노력을 통해 그 역사문화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신제주에 없는 구제주의 삶과 풍경이야말로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원도심의 경관이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도시 재생을 내건 탐라문화광장을 만들면서 도시안에 정겹게 남아있던 돌담을 허물고 유서깊은 건물을 철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도심에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입히는 작업과 함께 '왜 원도심인가'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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