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실전 모의고사-고교 인문사회 논술문제·해설

[톡톡튀는 논술학교]실전 모의고사-고교 인문사회 논술문제·해설
공동체적 관계·개인들 사이의 공식적 계약 관계 이해
  • 입력 : 2014. 12.23(화) 00:00
  • 이승철기자 sc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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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제시문들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이기적이거나 제한된 수준의 관용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호호혜적인 이익이 예상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게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상호호혜적인 행동이라도 그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친절에 대한 보상은 상대의 관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중략)

당신의 옥수수는 오늘 여물고 내 것은 내일 여물 것이다. 만약 오늘 내가 당신이 추수하는 것을 돕고 내일 당신이 나를 돕는다면, 이는 우리 둘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호의도 갖고 있지 않으며, 당신 역시 나에게 아무런 호의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지 나 자신만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보상에 대한 기대는 나를 실망시킬 것이며, 나로 하여금 헛되이 당신의 호의에 매달리게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혼자 일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며, 당신도 동일한 방식으로 나를 대할 것이다.

[나]
미나모토죠에는 선술집과 음식점, 가라오케 등이 기미우라 역을 중심으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음식점과 술집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나, 사람들은 자기들이 자주 찾아 가는 곳을 또 찾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약속을 할 경우에 서로가 잘 아는 곳에서 모이고 누구를 만나려면 어디에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다. 이발소를 하는 마에바시를 만나려면 요네다가 하는 장어구이 집에 가야 하고, 목수 일을 하는 카미를 찾으려면 마에하라 자매가 운영하는 선술집에 가면 된다. 쯔노다 아줌마는 학부모 모임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한 후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린 시절 친구의 형이 하는 커피숍에 간다.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오게 되면, 이사 온 사람들은 바로 조그만 케이크나 '데누구이(수건의 일종)'를 가지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인사를 가게 된다. 일종의 공식적인 인사인 셈이다. 이러한 인사는 새로운 가구가 주위의 이웃들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는 시작이다. 사람들은 이웃이 집을 비운 사이 서로의 집을 봐주고, 주부들은 특별세일이나 새로 개점한 가게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지방 특산물을 선물로 건넨다.

도쿄 인근 지역에서 야채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한 달에 두서너 차례 미나모토죠를 방문한다. 이들은 주로 할머니들인데 자신들이 가져올 수 있는 만큼의 야채를 가지고 와서는 거리에서 팔기보다 벌써 수 년 째 방문해온 미나모토죠의 가정을 한 집 한 집 찾아간다. 쯔노다 아줌마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집에 찾아온 야채 파는 할머니에게서 야채를 사는데,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좀 더 사서 아이를 시켜 이웃에도 나눠준다. 지난번에 이웃이 보낸 선물에 대한 보답이다.

미나모토죠의 사람들은 도쿄시내 어딘가에 사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자신들의 집에서 장례식을 치른다. 그렇다고 해서 장례식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장례식의 많은 부분은 장의사의 협조로 이루어진다. 장례에 필요한 제단, 향로, 제등, 관 등은 모두 장의사가 준비한다. 장례식에서는 초등학교 근처에 사는 모리구치 씨가 염과 같은 전문적인 일을 담당한다.

대신에 미나모토죠의 주민과 이웃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한다. 특히 죽은 이가 마지막 헤어짐의 인사를 하는 고구베쯔시키(告別式) 바로 전날에는 밤을 새워 쯔야(通夜)를 하면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접대를 한다.

[다]
어디서 왔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야옹 울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왔을 때 손에 장갑을 쥔 여자가 다가와서 고양이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면서 자루에서 먹이를 꺼내주었다.

그때 사르트르가 이렇게 제안해 왔다. '2년 동안 나는 파리에서 살 수 있도록 손을 쓰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가능한 한 친밀한 생활을 하자. 2, 3년 동안 헤어져 살게 되더라도 어딘가 세계의 한 모퉁이에서, 예를 들면 아테네 같은 곳에서 재회하여 다시 얼마 동안 공동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하자. 우리는 결코 완전히 남남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둘 중에 어느 쪽인가가 상대를 찾을 때 반드시 응할 것이며 우리 두 사람의 결합 이상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속박과 습관이 되지 않도록 온힘을 다하여 그런 부패에서 우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동의했다. 나는 사르트르가 예정하고 있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득한 미래의 일같이 생각되어 미리부터 마음을 쓰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도 가끔 두려움이 내 마음을 스쳐갈 때 나는 그것이 나 자신의 허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사르트르가 약속에 철저하다는 점을 나는 이미 체험하고 있었으며, 그 점은 내 마음의 버팀목이 되었다.

그의 경우, 하나의 계획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의 어떤 순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만일 그가 "22개월 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위에서 오후 5시에 만나자."고 했다면, 나는 정확히 22개월 후 오후 5시에 아크로폴리스 위에서 그를 재회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나는 사르트르가 나보다 먼저 죽지 않는 한 그가 내게 불행을 안겨줄 리 없다는 것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이 2년의 계약기간 동안 우리는 서로가 이론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자유를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이 새로운 관계에 주저 없이 모든 것을 쏟을 작정이었다. 우리는 또 하나의 약속을 했는데, 그것은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서로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약속이었다.



[논제 1]

제시문 (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 문제에 대해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는 각각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비교하시오.

[논제 2]

서로 다른 방식의 인간관계를 제시한 제시문(나), 제시문(다) 가운데 본인은 어떤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시오.

<문제 배경>

개인들 사이의 협력과 이를 통한 사회의 구성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제시문 (가)에 나타나 있으며, 제시문 (나)와 (다)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나)와 (다)는 개인들 사이의 상호관계에 기초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데 서로 다른 원리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 원리들을 서로 비교하여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할 때 개인들의 동기와 목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크게 보아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원리는 정신적, 감정적 유대가 전제된 공동체적 관계와 개인들 사이의 공식적 약속을 중시하는 계약적 관계로 나누어질 수 있다.

흔히 감정적 결속에 입각한 개인들 사이의 협력은 가족이나 친구집단에서 나타나며, 계약에 입각한 인간관계는 상거래나 보다 공식적인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제시문(나)와 (다)는 이러한 인식에 더하여 계약적 관계가 가족이나 연인관계에서도 성립될 수 있으며, 감정적 결속이 지역공동체와 같은 보다 넓은 공간과 집단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준다.

이 문제는 학생들로 하여금 제시문을 통해서 이러한 특징들을 파악하고 서로 비교 분석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이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시간적 비교(한국사회의 시간적 변화에 따른 비교)와 공간적 비교(한국사회와 다른 사회의 비교)를 통해 파악하도록 요구한다.



<제시문 해설>

제시문 (가)는 데이비드 흄이 1739년과 1740년에 각각 출간한 '인성론(人性論) A Treatise of Human Nature'의 제1권 '오성편(悟性篇)', 제2권 '감정편', 제3권 '도덕편' 가운데 '도덕편'에서 따온 것이다. 흄은 정치, 종교, 역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저술을 남겼는데, 이 글은 근대 과학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면밀히 고찰한 것이다.

제시문 (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일본전문가인 베스터(Theodore C. Bestor)가1989년에 출간한 '도쿄의 이웃( Neighborhood Tokyo)'의 일부분이다. 베스트는 영국학자 도어(Dore)의'동경의 일상생활( City life in Tokyo)'(1958년)에서 동경이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일상생활이 상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영위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참여관찰을 다시 시도했다. 1979년에서 1981년까지 2년간 동경을 취재한 베스터는 이 책에서 고도경제성장을 겪고 있는 동경의 생활이 2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제시문 (다)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55세인 1963년에 출간한 '계약결혼( La Force des choses)'에서 발췌한 것이다. '계약결혼'은 보부아르가 소르본 대학 시절부터 친교를 맺어 1929년부터 계약결혼에 이른 장 폴 사르트르와의 사랑과 문학적인 배경을 회고한 자전적 소설이다. 제시문은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서 왜 그리고 어떤 계약을 맺게 되었는지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논제 분석>

[논제 1]

▶문제 상황:공동체 구성원들의 이타적 행위는 어떻게 가능한가?

▶문제 진단:감정적 유대가 전제된 공동체적 관계(나)와 개인들 사이의 공식적인 계약 관계(다)의 이해

▶문제 해결: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의 협력방안을 비교 서술한다.

▷주의:공동체적 관계와 계약 관계의 장단점을 파악한다.

[논제 2]

▶문제 상황:공동체적 관계(나)와 개인적 계약 관계.(다)

▶문제 진단:두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근거 제시.

▶문제 해결:자신의 주장이 드러나도록 상세하게 서술한다.

▷주의:선택한 방식만 언급할 것이 아나라 선택하지 않은 방식의 문제점도 함께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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