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당굿을가다](7)동복리 신과세제

[제주당굿을가다](7)동복리 신과세제
"생이 다리 하나로 잔치하던 일 옛말"
  • 입력 : 2014. 09.11(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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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동복리 본향당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 초이렛날이나 열이렛날 중 택일을 해서 신과세제를 지낸다. 김명선기자

'동쪽 복받은 마을' 굴묵 할마님이 본향당신
이렛날 신과세제 일룃당… 돼지고기 안올려

동복리는 구좌읍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조천읍과 경계를 이루는 마을이다.

동쪽의 복받은 마을이라는 동복리 마을은 바다 어장 면적이 좁고 김녕리나 북촌리 등의 인근 마을에 비해 해산물도 많이 생산되지 않아 '생이(새) 다리 하나로 잔치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전 마을주민들의 삶이 영세했다고 한다.

이 마을 본향당(굴묵밭 할망당)의 당멘 심방은 현재 강대원 심방이다. 매년 음력 정월 7일과 17일 중에 택일을 해서 당제를 지내는데, 24절기 가운데 첫번째 절기인 입춘이 설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서 당제일이 결정된다.

현용준의 '제주도무속자료사전'에 나오는 동복본향당의 본풀이에 따르면 본향당신인 굴묵할마님은 동복리 굴묵밭에 살면서 아이들 넷을 낳아 마을을 설촌하고 죽으면서 "내가 죽거든 남녀구별을 몰라 죽고 있으니 신당으로 위하라. 그러면 인간번성, 육축번성, 오곡풍등, 만물번성을 시켜주겠다"면서 상·중·단골들에게 신당을 만들어 모시도록 했다.

이어 굴묵할마님이 좌정할 곳을 찾기 위해 송악산을 내려오는 송씨하르바님을 모시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동복리의 큰갯맛으로 들게했다. 이는 죽은 자신을 대신해 이 마을 단골들의 무사태평과 만수무강, 소원성취 등을 해줄 후임자로 송씨하르바님을 모셨다는 내용이다.

살점괘를 보고 있는 강대원 심방.

본풀이는 본디 무속에서 나타나는 신의 내력담인데 이것에 주술관념이 첨가된 무가다. 전래의 본풀이를 중심으로 심방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제주도에는 1만8000 신이 있고, 신당은 300여군데에 이른다.

이에따른 심방은 400여명에 달하는데 이들 신들은 모두 한라산 영실당을 기점으로 온섬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진성기의 '제주무속학사전'은 수 많은 신령의 본풀이를 종류별로 가리는데는 신앙의 대상인 신의 성격에 따라 일반신본풀이, 당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 특수본풀이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수가 무려 500여편에 이른다고 했다.

동복본향당은 초이렛날(열이렛날)에 신과세제를 지내기 때문에 일룃당이다. 대개의 일룃당신이 그러하듯 굴묵할마님과 송씨하르바님도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물에는 돼지고기 등의 육류가 빠진다. 특히 이 당은 당굿에서 시왕맞이를 겸하는 특징이 있다.

강대원 심방은 "동복리 마을주민들이 '생이(새) 다리 하나로 잔치했다'고 할 정도로 힘들게 살던 빈곤한 시절은 이젠 옛말이 되었을 정도로 서로 화합을 도모해 역경을 이겨내고 있다"며 "본향당을 찾는 단골들도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보다 가족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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