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문화광장] 문화예술 정책의 새로운 기준

[김미란의 문화광장] 문화예술 정책의 새로운 기준
  • 입력 : 2025. 08.12(화) 05: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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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한 관광 플랫폼 기업의 CEO를 임명했다. 그는 여행 앱과 관광 관련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영인으로, 정부는 그가 'K-컬처 300조 시대'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러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산업적 성공 경험이 문화정책을 총괄할 자격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은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며, 예술은 그것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예술의 본질은 빠른 성과나 효율, 수치로는 결코 온전히 설명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건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문화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상상력,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태도, 예술가들의 현실에 공감하는 공공적 책임감을 포함한다.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자리가 수치를 관리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

예술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정해진 정답도 없고, 평가 기준도 분명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 치열한 실험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디딤돌이 된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창작 생태계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은 단순히 한 부처의 책무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과도 같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복지부터 문화예술교육, 지역문화 진흥, 박물관·미술관 운영, 전통문화 보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공공성을 지키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 중심의 사고보다 예술의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이 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라는 문화정책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누구나 공정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오래도록 만들어가는 데 목적을 둬야 할 것이다.

물론 문화예술이 지닌 산업적 가치 또한 매우 크다. 관광과 한류 콘텐츠의 성공은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창조의 불씨를 지켜온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문화의 주체'로 존중하는 정책과 시선이다.

앞으로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산업적 수치나 외형적 성과보다 사람과 창작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화는 수출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미래를 담는 그릇이기에 문화체육관고아부는 예술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정이 필요하다. '산업'이 아닌 '예술', '콘텐츠'가 아닌 '창작자'를 중심에 둔 철학 있는 정책만이 대한민국을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미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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