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세계 평화의 섬 제주 선포 20주년이다. 제주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4·3을 극복해 나가고 있고, '평화와 번영'의 이름으로 제주포럼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계엄을 통한 내란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낸 우리 국민들은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경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치의 기본 방향은 자연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안정이다. 방향이 단단하면 답은 늘 현장에 있다. 갈등과 혐오의 국회와 정치는 이제 철저한 반성과 성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평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평화는 인간과 인간 간의 평화,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평화를 포괄해야만 한다. 그 예가 DMZ 비무장지대 생태계 동식물들의 평화로운 낙원이다. DMZ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7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갈등과 긴장의 땅인 동시에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쟁터였고 풀 한 포기 생명 하나 남아있지 않은 죽음과 절망의 땅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위험과 갈등 덕택에 인간의 간섭이 제한돼 생태계 스스로의 힘으로 생명의 땅으로 복원됐다. 남북한이 서로의 정치적 필요와 대외 관계에 따라 갈등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비무장지대의 생명들은 서로 상생하며 평화롭다. DMZ의 생태계와 제주 자연은 인간들의 갈등과 대립이 서로에게 얼마나 멍청하고 파괴적인 행위인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제주는 도민 간의 갈등 해결과 자연과의 갈등 해소를 모두 포함하는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개념 정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생명줄기의 백두대간 중간지인 비무장지대 생태계와 그 출발지인 제주 청정 자연의 상징과 의미를 관광·자연·역사 교육의 장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이를 통해 제주도가 안정과 평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겠다. 제주도민과 자연의 상생, 한반도 통일, 그리고 세계 평화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역할을 지향하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단순 선언이 아니라 실천적 모범이 되길 희망한다. 'DMZ 세계평화공원'과 '제주 평화대공원'의 실제적인 내용과 의미의 연계를 적극 모색하는 것이 그 해법일 수 있겠다. 제주 생태계 보전(체계적으로 보존·보호 또는 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하고, 난개발 속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갈등에 들어가는 사회 비용도 민생에 투자하자. 도민들이 앞장서서 정치를 바로잡고,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서로 윤택해지는 특별한 터전이 되는 꿈을 꿔본다.
문득 가수 양희은의 '작은 연못' 가사가 의미 있다. 제주에 '갈등과 대립'의 두 마리 붕어가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이사장·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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