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이틀 동안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화창한 햇살이 가득하다. 주말 아침, 해가 뜨기 전 조용한 텃밭으로 향했다. 꽃잔디가 심어진 작은 밭에서 잡초를 쏙쏙 뽑는다. 쪼그려 앉아 오래 하니 다리가 아파, 원숭이 엉덩이 방석에 앉아 한 시간 넘게 작업했다. '언제 다 하지'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하나씩 뽑아나가며 조금씩 눈에 띄게 깨끗해지는 밭을 보면 은근한 성취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 텃밭은 도시 생활에 지칠 무렵, 답답함이 극에 달해 화병이 날 것 같을 때 마련한 작은 쉼터다. 주말이면 이곳에 와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햇빛을 받고 흙냄새를 맡으며 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돌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직장을 다니며 자주 마주치게 된 한 분과 친분이 생겼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유 선생, 나도 사연이 많아…"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엔 안정적인 공기업에 다녔지만,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이후 삶이 무너졌다고 한다.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슬픔에 빠져 방황하던 중, 우연히 시작한 도박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그때는 도박하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했어요. 외로움이 없었어요." 그렇게 한 판, 두 판 하다 보니 도박은 습관이 됐고, 직장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다. 무단결근이 늘어나 경고를 받았고, 결국 해고를 당했다. 지금은 후회가 크다고 했다. "내가 왜 그랬나 싶고, 너무 아깝기도 해요. 그런데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은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밀려드는 외로움과 불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도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며 살고 있지만, 돈만 생기면 다시 도박으로 향하게 된다고 했다. "다 잃어야 자리에서 일어나요. 정신이 들어요." 그의 말엔 무력감이 묻어 있었다. 나는 말했다. "마음의 허전함을 도박이라는 평온함으로 채운 거죠. 암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중독도 치료가 필요해요. 정신적인 중병이니 반드시 전문 상담을 받으세요."
우리 삶에는 늘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온다. 직장 일이든, 가정사든.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약물이나 도박, 게임, 마약 같은 것에 기대어 잠시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은 결국 더 깊은 구덩이로 빠지게 한다.
순간적인 도피는 오히려 더 큰 후유증을 남긴다. 감당하지 못할 뒷감당이 따를 수도 있다. 삶이 각박해지고 팍팍해질수록 이런 유혹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여유가 없어도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부작용 없는 즐거움을 주는 활동이 필요하다. 등산, 운동, 반려동물이나 식물 키우기, 캠핑, 목공, 그림 그리기 등 세상엔 재미있고 건강한 것들이 많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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