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물오름. 샘을 품은 오름 중 하나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제공
[한라일보] 물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제주 오름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존 오름의 형태별 분류가 외견상 오름의 모양을 설명하기에는 유용하나 제주도의 역사, 문화, 생태학적 측면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밝히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면서다. 사단법인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는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물을 품은 오름'을 펴낸 데 이어 이달 24일 오후 3시 한라생태숲에서 심포지엄을 연다.
22일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 제주도에서 내놓은 '제주의 오름'에서는 형태를 기준으로 오름(368개)을 4개 유형으로 나눴다. 말굽형 화구를 갖는 화산체가 174개(47%)로 가장 많았고 원추형 102개(27.7%), 원형 53개(14.4%), 복합형 39개(10.6%) 순이었다. 이 같은 구분은 거의 모든 오름 소개서나 탐방 안내서에 포함될 정도로 일반화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물을 품은 오름'에서 목축에 종사했거나 생태 자원을 이용하면서 오름 가까이에 살았던 옛사람들은 형태에 따른 구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에 마을이 만들어졌고 오름의 지명도 물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물의 존재 여부가 오름 이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 것으로 봤다.
이에 연구진은 물을 품은 오름에 대한 대체적인 현황을 파악한 뒤 접근성 등을 고려해 대표적인 오름 12개를 선정했다. 이들 오름은 산정호수, 샘, 기저호수를 갖는 오름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산정호수를 품은 오름은 금오름, 세미소오름, 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 등 4개다. 샘을 품은 오름은 각시바위, 정물오름, 돌미오름, 웃바메기오름, 널개오름 등 5개다. 기저호수를 품은 오름은 족은대비악, 가마오름, 여문영아리 등 3개였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오름의 위치, 크기, 지형, 식생사, 특정 종의 분포, 오름의 지명 기원, 마을 형성과의 관계, 목축사, 용출 혹은 봉천 등 물 자원의 근원 등이다.

산정호수를 품은 오름인 물영아리 오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제공
연구책임자인 김찬수 박사는 "오름의 특성뿐만 아니라 환경 생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오름과 연계한 물의 개념을 부각하고 인식 확대를 위한 교재 구축과 현장 탐방 교육을 통해 보존 필요성을 널리 공유할 필요성이 있음을 절감하게 됐다"며 "연구 기간이 짧아 아쉬움이 많다. 물을 품은 오름 전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물을 품은 오름의 가치 발굴 및 활용 심포지엄'에서는 '물을 품은 오름의 사람들'(유철인 제주대 명예교수), '물을 품은 오름의 식생과 생물'(송관필 제주생물자원(주) 대표) 주제 발표에 이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합 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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