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욕심'은 인간의 본능으로,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감정이다. 무언가를 더 갖고 싶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내면의 감정으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연스러운 에너지다. 이러한 욕심은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자기개발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할 경우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리더십이나 자질을 평가할 때 '그릇'이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말하는 그릇은 단지 직급이나 직책, 겉으로 드러나는 위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책임 있는 판단과 행동, 묵묵한 인내 속에서 이뤄낸 내면의 성장, 공동체를 포용하는 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역량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릇이란 '욕심을 담아낼 수 있는 총체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릇보다 큰 욕심'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목표나 성과를 욕심내게 되면, 욕심이 결국 그릇을 넘치게 된다. 넘쳐흐른 욕심은 감당하지 못할 때 실망과 상실감을 낳고, 때로는 타인에 대한 책임전가, 자기합리화, 책임 회피로 이어진다. 반면, 내면을 단단히 다져 그릇이 넓고 깊어진 사람은 더 많은 욕심을 담을 수 있다. 그 욕심은 막연한 욕망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로 구체화되며, 더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욕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그 욕심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우리가 키워왔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욕심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내면의 성숙함과 역량이다.
이 원리는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비전과 목표, 즉 조직의 '욕심'은 그 자체로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 그러한 욕심은 구성원들의 집단적 역량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한 개인이 있어도, 연결되지 않은 역량은 조직 차원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각자의 능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개인의 그릇을 '조직의 그릇'으로 확장하는 통합된 집단 역량을 형성하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문해야 한다. 지금 나는 어떤 그릇을 가지고 있는가? 내 욕심을 감당할 만큼 내면이 성장해 있고 준비돼 있는가?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그릇을 합쳐 더 큰 조직의 역량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욕심은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담을 준비가 되었을 때만 그렇다. 그러므로 욕심을 탓하기보다, 그 욕심을 책임지고 실현할 수 있는 내면의 깊이와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욕심은 무모함이 아닌 도전이 되고, 욕망은 실패가 아닌 성장의 계단이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욕심이 아니라, 더 큰 그릇이다. <손성민 제주테크노파크 산업기획팀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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