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어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어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 입력 : 2025. 06.11(수) 01: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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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의 교사가 악성 민원에 고통받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누군가의 든든한 가족이자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따뜻한 친구이며, 동료이고,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한 그리운 스승이었다.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지 애통한 마음을 추스르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제도이고, 그 제도는 현장에서 실질적 효용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폭우 속에 구멍 난 우산만 쥐어준다면 어떨까?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비바람에 우산을 잡고 안간힘을 쓰며 걷는 것보다 그냥 우산을 접고 비를 맞는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교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들은 여전히 구멍 난 우산 같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수없이 제도 개선을 약속해왔고, 교원 3법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우산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효과적으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며 교사 개인으로서 문제를 감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2024년 교육활동 침해 현황'에 의하면 제주에서는 올해 총 62건의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됐다고 한다. 그중 고등학교는 전체의 43%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그 유형도 '교육활동 방해'와 '모욕·명예훼손', '상해·폭행', '성폭력', '영상 무단합성·배포' 등으로 다양하지만 처벌은 출석정지나 학교봉사 활동 등에 그치고 전학이나 퇴학 등의 중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자유와 권리는 책임을 동반한다. 필요 이상의 자유를 주장하면 부작용이 발생하고 결국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잘못이 있다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 누구든 책임져야 한다. 방관과 회피는 결국 또 다른 희생으로 이어지고 교권과 학생인권 모두를 위협하고 말 것이다. 무너진 교권이 무너진 울타리가 돼서는 안 된다. 학교의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권은 학생인권의 울타리로서 기능해야 한다.

한때 사려니 숲길 근처는 비좁은 도로 양측에 무단 주차한 차들로 가득차 있었다. 차들의 통행이 불편해지고 사고 위험성도 높았으며 무엇보다 숲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이기심에 가려진 듯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근방을 지나는데 차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길을 유심히 보니 차도 양옆으로 도로와 갓길을 구분하는 '커브 스톤'이라 불리는 블록이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안전하게 갓길을 걸을 수 있었고, 차들은 더 이상 이곳에 주차할 수 없었다.

지금 교육계에 필요한 것은 커브스톤이 아닐까? 사고의 위험성은 낮추고, 서로의 권리가 안전하게 보호되는 세밀하고 다양한 행정적 제도적 발상이 필요하다.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한다. 누군가가 무책임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더이상 누군가가 억울하게 희생되지 않도록. 국가와 교육부뿐만 아니라 제주도교육청이 이 위중한 상황을 절치부심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 <허수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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