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기초자치단체 간 건전한 경쟁은 지역 발전을 유도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여타 시도와는 차별적인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의 새로운 분권 모델 구축을 통해 자치모범도시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제주특별자치도는 주민에게 밀접한 행정의 주체인 기초자치단체의 부재가 가지는 한계 탓에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기초자치단체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방자치학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정빈 성결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기초자치단체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지방자치에 있어 기초자치단체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행정서비스, 지역주민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실행하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수행한다. 지역사회 기반시설, 상하수도, 쓰레기 관리 등 가장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직접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려고 한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초자치단체 없이 단층제로 전환되면서 행정기구의 중복설치나 사무처리를 감소시키고,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도지사의 권한 집중과 이에따른 행정의 민주성·주민참여 약화,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함으로써 제주의 특성은 살리면서 행정의 효율성과 민주성, 주민 편의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기초자치단체 신설시 의사결정 과정에 갈등이 많아지거나 시간이 더 소요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이 원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고, 주민이 자기 책임하에서 주인이 되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한다. 행정에 대한 감시·감독도 강화되고, 주민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력 증원이나 비용의 증가 문제 등이 충분히 상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지방자치는 주민이 선출한 대표를 중심으로 지역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기초단위에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서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지역 주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 즉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행정시는 하나의 좋은 시도였지만 법인격이 없다보니 광역정부의 단순업무만 집행하는 하부행정기관의 역할에 불과했다. 기초단위 예산편성권이나 인사조직권도 없어서 오히려 도지사의 권한만 확대시켜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근린행정, 즉 바로 옆에서 해결해주는 행정이 약화됐다. 또 주민 대응력이 떨어지고 주민 불편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런 부분들은 조례 개정을 통해 권한부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 기초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기초의원에게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역량,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관으로서의 역량, 예산심의·정책 결정 의결기관으로서의 역량, 주민대표 기관으로서의 역량이 요구된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기초의원이 되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이들을 견제·감시하는 주민 참여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주민소환제도나 청원제도, 주민발안제도 등에 주민들이 참여해 기초의원들의 역량을 확장하고 견제해야 한다. 의원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의정연수와 교육체계를 법제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의회 사무처 조직을 확대해서 입법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정책지원관 제도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내년에 민선지방자치 30주년을 맞는다. 기초자치단체 역할은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가.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이 처음으로 함께 선출했고 내년에 민선지방자치 30주년이 된다. 지방자치는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방자치가 발전한 다른 나라들은 기초에 모든 권한을 주고 기초가 주민을 위해서 역할을 수행하다가 못하는 부분은 광역에 의뢰하고, 광역이 안되는 것은 국가에 의뢰한다.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나 자치에 관련된 문제들은 기초에서 하고, 광역은 기초가 못하는 것을 담당하고 외교나 국방은 중앙정부가 하는 것이다. 이게 보충성의 원칙이다. 사무의 비율 등도 기초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광역, 그리고 정부 순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돼 있다. 정부가 가장 많고, 그 다음 광역, 그 다음 기초가 제일 적은 형태이다 보니 사실 그동안 기초단체가 제도적·재정적으로 역할을 못한 한계가 있었다. 30년이 지났으면 한 세대가 지난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 소위 지방자치단체의 효능감이라고 하는데, 기초자치단체가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또 지역 내 모든 분야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발전에 기초자치단체가 기여한 바를 설명해달라.
기초자치단체가 지방자치를 실질화했고, 주민 주권을 강화시켰다. 민선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주민 손으로 선출해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은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를 더 잘 반영하게 됐다. 그래서 주민참여 기반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서 지방자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 또 지역맞춤형 정책, 주민들의 특성과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서 그것에 맞춘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산업을 육성하고, 관광자원 개발과 소상공인 지원, 청년 창업 지원 등 경제적 자립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 일반 국민에게 기초자치단체는 꼭 필요한가.
기초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행정과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에 필수적이다. 지역주민들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보건, 복지, 교육 등 기본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실행할 때 지역주민들의 특성과 요구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기관이다보니 주민들에게 더 실효성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주민참여 예산제도나 공청회, 정책제안 등을 통해서 주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 실현을 돕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끝>
부미현기자
ㅣ 임정빈 교수 프로필
차기 한국지방자치학회장(2025), 한국지방계약학회장(2024),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부회장(2021~2022),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2020), 대한민국시군구청장 협의회 정책 및 연구자문.
▷연구논문 지방의회 청원제도를 바라보는 시민인식에 관한 연구(2023), 지방소비세 세율인상이 보통교부세에 미치는 영향분석(2023), 시민이 바라본 지방의회 인사청문제도의 기대효과에 관한 연구(2022), 광역-기초자치단체간 사무이양배분 원칙의 재정립에 관한 연구(2021) 등.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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