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휴일 된 제주4·3희생자추념일..논란·혼란 여전

지방공휴일 된 제주4·3희생자추념일..논란·혼란 여전
공무원만 쉬고 금융기관·사기업 등 제외…위법 여부 놓고 대법원 제소도
  • 입력 : 2018. 03.20(화) 15:23
  • 연합뉴스 기자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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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4·3희생자추념일이 지방공휴일로 지정돼 봉행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재의 요구로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안'(이하 제주4·3 지방공휴일 조례)이 가결됐다.

 '공공기관 휴무에 따른 혼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조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해당 조례안을 수정 없이 원안대로 의결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은 4·3추념일인 매년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념일에 맞춰 전 도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념하며 도민 화합과 통합을 도모하고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고양·전승·실천함으로써 4·3의 해결과 세계평화의 섬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안에서 말하는 지방공휴일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이 공식적으로 쉬는 날'을 의미한다.

 적용대상은 제주특별자치도 본청과 하부 행정기관, 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도 합의제행정기관 등이다.

 조례안은 이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로 '4·3희생자추념일의 공휴일 지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도민과 각 기관 단체 등이 공휴일 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수 있다'고 규정했다.

 도의회가 재의요구안을 가결함에 따라 조례안을 공포하는 주체와 지방공휴일 시행 여부, 시행할 경우 첫 시행에 따른 혼란, 지속 가능 여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제기된다.

 가장 먼저 조례안을 공포해야 할 주체인 제주도는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정부의 입장을 외면할 수도, 4·3 희생자 유가족 등 제주도민 상당수의 바람을 저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에서 재의에 부쳐 의결된 조례안은 조례로서 확정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해당 조례안을 이송받은 뒤 5일 이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의 의장이 공포하도록 하고 있다.

 도의회는 제주도의회 의장 직권으로 조례안을 공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은 "결정은 결국 도에서 하겠지만, 4·3 70주년을 맞아 지방공휴일 지정에 대한 도민의 열망이 뜨겁다"며 "만약 도에서 하지 않는다면, 직접 공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4·3 지방공휴일 조례는 부칙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어 공포하는 순간 바로 시행된다.

 다만, 공포 후 조례안에 따라 도지사가 4월 3일에 지방공휴일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지정'(指定) 행위를 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지정은 고시·공고·공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한데, 고시는 그 효력이 계속유지되는 반면 공고 등은 효력이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에 해마다 반복해야 한다.

 도는 공포 여부와 지정 방법 등을 놓고 중앙 정부와 조율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조례를 공포하는 주체가 누가 되든 다음 달 3일 예정된 제주4·3희생자 추념일은 70주년이란 특수한 상황인 만큼 지방공휴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공휴일이 처음 시행되더라도 여러 가지 도민 혼란이 예상된다.

 공휴일이라고 한다면 제주도민 전체가 쉬는 날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례상 지방공휴일 적용대상은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하부 행정기관 등에 한정되고, 금융기관과 병원·사기업·학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4·3 70주년을 맞아 일반 사기업 등에서 지방공휴일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정부 또는 제주도가 조례의 위법 여부를 가려달라며 대법원에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공휴일 지정이 추진된 적이 없고 지방공휴일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는 위임 법령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장이 재의결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법령에도 지방공휴일을 지정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지방공휴일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반면, 법령의 위임 없이는 조례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는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공휴일 지정과 운영은 국민의 생활은 물론 국민의 권리·의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령으로 정하거나 조례로 정할 때는 법령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다.

 이 같은 논란을 없애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지방자치법 개정 또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상위 법령에 근거 조항을 넣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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