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10) 경상북도 울릉도

[한국 해녀를 말하다](10) 경상북도 울릉도
잠수기 등장으로 50여명 이르던 제주해녀 6명으로 감소
  • 입력 : 2017. 09.28(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홍복신씨가 죽도 바닷속에서 홍합을 채취하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217㎞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울릉도. 지난 6월말 기준 인구는 1만97명이다.

지난 24일 오전 9시 50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약 3시간 20분 걸려 도착한 울릉도. 짙은 바다내음과 푸른숲과 기암괴석이 취재팀을 반겼다.

1970년대만 해도 제주출신 해녀 50여명이 이곳에서 물질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울릉도 해녀는 제주 출향해녀 6명과 울릉도 출신 해남 1명이 전부이다. 이 가운데 생업으로 매일같이 물질하는 제주 출향해녀는 3명이다.

해녀수가 급감한 것은 잠수기어선의 등장이다. 9개 어촌계에서 잠수기어선을 동원해 해산물을 채취하게 되면서 제주해녀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저동항에서 동북방향으로 4㎞에 위치한 죽도와 그 뒤로 울릉도 본토가 보인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출신 출향해녀 홍복신(62)씨는 "17살에 이곳에 왔을때는 제주사람(해녀)들이 50여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제주출신 해녀는 6명밖에 없다. 10여년 전에 잠수기어선이 나오면서 해녀들이 돈벌이가 안되니까 다른 곳으로 다 나가버렸다"고 했다.



서귀포 '문섬' 닮은 '죽도’엔 갯녹음 확산 심각
지역출신 해남 1명 독립적인 물질생활을 유지
해산물 감소로 죽도 임대료 800만원서 500만원


울릉도에 정착해 40여년을 물질하고 있는 그녀는 6년 전부터 '저동어촌계로부터 죽도(대섬)를 임대해서 남편 손두환(68)씨와 함께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연간 임대료는 500만원이다. 이전에 해산물이 풍부할때는 80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했다고 한다.

저동항에 청신호를 타고 죽도로 향하고 있는 손두환·홍복신 부부.

취재팀은 지난 25일 오전 6시 30분 저동리 저동항에 정박중인 청신호(선장 손두환·연안복합 2.24t)에 같이 승선해 이날 홍합채취 장소인 죽도(대섬)로 향했다. 죽도는 울릉도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으로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일명 대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저동항에서 동북방향으로 4㎞에 위치한 이곳에는 이전에 3가구가 생활했으나 현재 1가구 2명(부부)이 더덕을 재배하며 살고 있다.

저동항에서 물살을 가르며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죽도는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문섬'과 유사했다. 사면이 절벽형태로 이뤄져 있는 죽도의 조간대에는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거북손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두환 선장이 배를 섬 가까이 대자 홍씨는 테왁과 망사리, '비창'과 유사한 날카로운 홍합 채취도구를 들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우선 테왁 망사리에 매달린 줄을 바닷속 해초에 묶어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곳은 물이 빠져 나가는 흐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물살이 빨라 테왁 망사리를 고정시키지 않으면 물질을 못한다고 한다. 그녀는 몇 번이고 물속을 들락날락하며 암반 지역에 붙어있는 홍합을 능숙한 솜씨로 채취했다.

저동항 부두에서 홍합을 까고 손질하는 손두환·홍복신 부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간 취재팀도 홍합을 채취하려고 여러번 시도했으나 암반에 단단하게 부착해 있어 맨손으로 캐기는 어려웠다. 암반지대에는 홍합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으나 다른 마을어장에서 쉽게 관찰됐던 소라나 전복은 보기 힘들었다. 암반틈 사이에는 성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수심 15m로 내려가자 돌돔과 방어 등 대형어류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심 30m에 있는 자갈지대에는 갯녹음(백화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돼 유용해조류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홍복신 해녀가 홍합이 가득한 태왁 망사리를 이동하기 위해 매듭을 풀고 있는 모습.

손 선장은 "10여년 전부터 이곳에도 백화현상이 나타났고 이후 해조류가 줄어 들었다"며" 해조류가 감소하면서 소라와 전복도 같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홍씨는 약 2시간 정도 물질을 하고 난후 배위로 올라와 망사리에 가득찬 홍합을 내려놓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부인이 물질을 하는 동안 손 선장은 배위에서 아내가 채취한 홍합을 칼을 이용해 까기 시작했다. 홍합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해서 바로 먹을수 있도록 손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가 채취한 홍합은 대부분 식당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울릉도에서는 자연산 홍합에 당근과 간장 등 갖은 양념을 버무려 넣고 지은 홍합밥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손 선장은 홍합까기 작업을 하면서 중간 중간에 고개를 들어 부인의 위치를 확인한다. "예전에는 아내가 해녀 2~3명과 같이 물질을 했는데 지금은 혼자 물질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배에서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날 4시간 30분에 걸친 홍합 채취작업을 마치고 저동항으로 돌아왔다. 항구에 도착한 부부는 부두에서 곧바로 홍합까기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약 30~40만원 정도의 홍합을 채취했다.

죽도 암반 지역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홍합 군락.

도동항 근처에 살고 있는 손 선장은 부인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을 걸어서 저동항으로 간 후 새벽 바다상태를 보고 물질이 가능하다고 판단이 되면 부인에서 전화를 건다. 물질이 가능하다는 남편의 연락을 받으면 홍복신씨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저동항으로 달려가 남편과 같이 죽도 물질에 나선다. 오늘도 손 선장은 이른 새벽 찬이슬을 맞으며 저동항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부인의 안전한 물질을 위해서…. <특별취재팀=고대로 부장, 강경민 차장 김희동천·강동민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84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