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5)경상남도 통영시 '해녀배'

[한국 해녀를 말하다](5)경상남도 통영시 '해녀배'
4백년 전통 나전칠기 문화 제주출향해녀가 있어 명맥 유지
  • 입력 : 2017. 07.20(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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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가 엉켜있는 해조류 군락을 걷어내며 흑삼을 채취하는 모습.

110여명 해녀 10척 해녀배 타고 '다도해' 오가며 물질
해녀들이 잡은 전복·소라껍질 영롱한 자개장으로 변신
고령화로 해녀 감소 전문 잠수사 '머구리'가 대체 예상



비릿한 바닷바람과 짙푸른 바다, 해녀들을 싣고 다도해의 물살을 가르는 해녀배, 이곳이 경상남도 통영이다.

지난 6월 13일 오전 7시 30분 통영시 봉평동 일명 '해피물양장'을 찾았다. 이곳은 해녀배 10척의 정박지이다.

해피물양장에 정박중인 해녀배 10척의 모습.

오전 8시 해녀배 출항 시간에 맞춰 아낙네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피물양장'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든다.

이곳에 도착한 해녀들은 곧바로 해녀배에 올라탔다.

취재팀은 우도출신 이점희 (사)통영제주나잠(해녀)부녀회장과 7명의 해녀들이 탄 '금영호(7.93t·길이 11.68m)에 동승했다.

통영대교 근처에 세워진 제주해녀상.

해녀배에 오르자마자 해녀들은 선수에 위치한 '대형화덕이 있는 공간(해녀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해녀들이 물질 전후 옷을 갈아 입거나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불턱)이다. 나무로 불을 지피는 대형화덕위에는 물이 가득찬 커다란 주전자가 놓여져 있다. 바닥에는 '말통' 크기의 물통이 있다. 이 물과 주전자에 데워진 물을 적당히 섞어서 차가워진 몸을 씻는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보일러가 설치된 현대식 해녀탈의장이 있어 언제든지 따뜻하거나 차가운 물로 몸을 헹굴 수 있지만 해녀배의 해녀들에게는 '그림의 떡' 이다.

출항후 취재팀과 약 40여분 동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해녀들은 광도면 덕포리 창포마을 앞바다가 가까워지자 검정색 고무잠수복으로 갈아 입었다. 이어 갑판 위로 나와 선미에 걸어 두었던 테왁과 망사리, 골괭이(골각지)를 들고 뛰어내릴 채비를 했다. 오늘 물질은 흑삼 채취. 해녀들은 물질포인트에 이르자 고공낙하를 하듯이 달리는 배에서 바다위로 뛰어 내렸다.

취재팀도 서둘러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해녀들을 따라 물속으로 다이빙했다. 바닷속 시야는 제주바다보다 탁했다. 큰 암반이 있는 곳에는 구슬모자반, 잎꼬시래기, 꼬시래기, 모자반류 그리고 갈파래류 군락이 발달해 있었다.

제주의 해녀불턱의 역할을 하는 해녀배 내부 공간.

해조류 사이에는 망둑어과의 한 종류인 일곱동갈망둑(Pterogobius elapoides Kinubari)의 유어떼와 동물플랑크톤의 일종인 곤쟁이류 무리가 서식하고 있었고 주로 암반에 분포하는 별불가사리가 해조류에 부착한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해녀들은 복잡하게 엉켜있는 해조류 군락을 걷어내면서 암석 사이에 있는 흑삼(돌기해삼) 채취를 반복했다. 모래와 진흙이 섞인 사니질 지역에서는 돌기해삼 외에 구슬우렁이가 여유롭게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물질하는 해녀들을 따라 약 40여분 동안 수중탐사를 진행한 취재팀은 먼저 배위로 올라와 해녀들의 작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바다위에 정박중인 해녀배 근처 무인도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통영이 고향인 박영두 선장은 "뻐꾸기가 울면 해삼이 나 이제 들어간다고 작별인사를 하는 소리"라고 했다.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삼이 사라져 버린다"고 설명했다.

흑삼을 채취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리는 해녀.

13년동안 해녀배를 운항한 박 선장은 "현재 해녀배 선주는 대부분 통영 사람이고 해녀는 5~6명만 제외하면 다 제주사람"이라고 말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박 선장은 해녀들의 작업종료시간이 다가오자 '해녀집'으로 들어가 주전자가 올려져 있는 대형화덕에 나무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이 되자 해녀들을 내려주었던 장소로 이동했다. 해녀들이 작업한 흑삼이 배 위로 올라오자 마자 선장은 저울로 무게를 재고 개인별 포획량을 기록했다.

물질을 마친 해녀는 배위에 오르자 마자 오늘 포획 물량을 확인하고 '해녀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리 데워진 주전자 물로 몸을 헹구고 물질전에 입었던 옷으로 갈아 입었다. 가벼운 화장을 했지만 오랜시간 바닷물에 노출됐던 피부는 이를 흡수하지 못했다.

금영호 해녀들의 단체사진.

박 선장은 마지막 해녀가 배위로 올라오자마자 오후 4시 경매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른 속력으로 '해피물양장'을 향해 질주했다.

이 회장은 해녀배가 3시 30분쯤 '해피 물양장'맞으편 통영수협도천동공판장에 도착하자 수협직원들에게 해녀들이 잡은 흑삼을 넘겨 주었다. 이어 박 선장은 오전에 해녀들을 태웠던 해피물양장에 배를 정박했다. 해녀들은 이곳에서 내일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이날 잡은 흑삼은 총 150㎏. 평균 18.7㎏을 잡았다. 전날 시세인 1㎏당 1만3000원받을 경우 1인당 23만4000원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이가운데 절반은 마을어장을 2~3년 임대계약한 선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하루종일 물질했지만 해녀들의 수입은 약 9~12만원 정도. 물질중 재수가 좋아 문어를 잡으면 이것을 팔아 곗돈을 내고 반찬값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들은 한달에 20일정도 물질한다. 고된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원은 미미하다. 문양과 색깔이 신비하고 화려해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400년 전통의 통영 나전칠기가 명맥을 이어갈수 있는 것도 나전의 재료가 되는 전복을 잡는 제주출향해녀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특별취재팀=고대로 부장, 강경민 차장 김희동천·강동민 기자>



전문가 리포트


"항공료 할인 등 고향방문 수월하게 지원
…출향해녀 위한 노년 예술수업도 절실”


통영 해녀배는 대부분 한산도나 욕지도, 거제도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1970년대 태풍이 불어서 섬에 있던 집과 배를 싹쓸이 하는 바람에 통영으로 올라와 집세가 싼 봉평동 일대 해안으로 해녀들이 와서 살게 됐다. 해녀배도 자연스럽게 이곳 해피(해피물양장)에 정박하게 됐다고 한다.

해녀배의 해녀들은 물질만 하다 까막눈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느새 자식 어깨보다 낮아진 몸은 미역처럼 말라만 간다. 성게 가시에 찔린 손은 작은 오름이 수십 개다. 화장대 앞에 앉아 분을 발라도 염분에 적응된 피부는 이를 흡수하지 못한다. 출향해녀를 위한 노년 예술 수업이 절실하다. 그림·시·서예·국악 등 문화예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제공해야만 하는 의무가 분명하다. 또 재외제주도민들에게 적용되는 항공 및 선박 탑승 지원을 비수기 할인 운임뿐만 아니라 성수기도 실행해 고향 방문을 수월하게 해야 한다.

통영은 박경리·전혁림·윤이상 등 12공방 나전장인 등 통영 예술 1세대들의 영감이 고스란히 남겨진 예향이다. 해녀들이 잡아 올린 전복과 소라껍질 영롱한 빛을 내는 자개농이 집집마다 고풍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지난한 삶을 기록해야만 한다. <홍경찬 통영한산대첩기념사업회 홍보팀장(뭍으로 간 해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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