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소화불량 걸린 제주주택시장 (1)앞다퉈 건축 붐…잇단 미분양 사태로

[한라포커스]소화불량 걸린 제주주택시장 (1)앞다퉈 건축 붐…잇단 미분양 사태로
시장호황 기댄 '묻지마' 건축… 예견된 일
4월 말 914가구로 역대 최고치 근접하며 1년 전과 상황 역전
  • 입력 : 2017. 06.13(화) 17:55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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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는 미분양관리지역…도 신규택지 예정지 발표도 연기

제주 주택시장에 이상 경고음이 켜졌다. 수요과 공급의 미스매치(불일치)로 인한 소화불량이 심상치 않다. 제주살이 열기 등 각종 호재로 2~3년간 제주주택시장은 전에 없던 호황기를 누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프리미엄(웃돈)을 좇는 투기세력들에게 제주는 더없이 '물 좋은 곳'이었고, 고분양가에도 분양시장은 '불패 신화'를 썼다. 하지만 마냥 봄날일 것 같던 주택시장 호조세가 최근 몇 달 새 확 꺾이면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주 주택시장의 현 실태와 문제점을 몇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집, 지금 살까 말까?" 주택 구입을 고려중인 실수요자들의 고민이다. 그 고민의 중심엔 1000세대에 근접한 미분양이 있다.

 주택경기가 한창 호시절이던 2014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2년동안 도내 미분양주택은 300세대를 밑돌았다. 적게는 20~30세대에 그친 달도 적잖았다. 짓기만 하면 값이 얼마가 됐건 잘 팔린다는 소식에 동 지역 빈 땅마다, 읍면 곳곳에서 건축붐이 일었고 그 결과 설마 했던 미분양이 줄잇고 있다.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미분양가구는 올 1월 353세대에서 2월 446세대, 3월 735세대에서 4월엔 914세대로 늘었다. 게다가 최근 주택거래 절벽까지 겹치며 미분양이 역대 최대치로 1000세대를 넘겼던 2013년 1월(1051세대)과 2월(1063세대) 수준에 육박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돈다.

 게다가 제주시는 4월 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8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정부 관리를 받게 됐다. 4월말 제주시 지역 미분양은 786세대로 도내 전체물량의 86.2%다.

 제주시 지역의 미분양주택은 외도동이 146세대로 가장 많다. 이어 ▷이도동 94세대 ▷이호동 72세대 ▷해안동 42세대 ▷봉개동 36세대 ▷도두동 31세대 ▷삼양동 26세대 ▷도련동 14세대 ▷연동 11세대 ▷도평동 11세대 ▷건입동 9세대 등이다. 읍면에선 조천읍 143세대, 애월읍이 128세대로 집계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도내 준공후 미분양도 올 1월 106세대에서 2월 147세대, 3월 139세대, 4월 205세대로 증가했다.

 부동산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빨리 내기 쉬운 정책으로 통한다. 일단 부동산시장을 띄우면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돈이 풀리고 시장엔 활력이 돈다. 지난 정부에서 사상 초저금리와 각종 대출규제를 완화해 가계빚을 크게 늘린 것도 경기를 살린다는 목적이 있었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면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 현금화하려는 이들이 늘며 부동산경기가 위축되고 내수시장도 덩달아 얼어붙는다. 미분양을 걱정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분양받은 집값이 입주시점에 떨어지면 은행에서 집에 대한 담보가치를 낮게 책정해 대출한도를 줄여 대다수 서민들은 잔금을 치르는데 애를 먹고, 입주포기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재고가 쌓이면 유동성 악화로 부실해지고, 하청업체에 공사비 대신 미분양을 대물로 넘기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지역경기 침체를 부추기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속에서도 현재 미분양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회장은 "미분양이 앞으로 더 급증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시장이 감당할만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동 지역이나 읍면이나 별반 차이없는 분양가를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미분양은 시장과열을 조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최근의 미분양 증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열된 주택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과 읍면 14곳에 신규택지개발을 추진키로 하고 대통령선거 후 5월 말 사업 예정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규택지개발 후보지를 발표할 경우 발생할 도민혼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 등 부동산정책 기조를 감안하고 도내 주택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사업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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