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10·끝)국책사업 필요성

[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10·끝)국책사업 필요성
자연생태복원 모범 사례로…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야"
  • 입력 : 2016. 12.12(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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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논분화구가 갖고 있는 학술적·관광적 가치는 국가적 관점에서 활용될 필요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하논분화구 프로젝트는 상당한 기간과 사업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 여러 주체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민기자

고기후·환경적 가치 이미 입증… 학술·관광 국가적 활용
법정계획 반영 지자체·정부 강력한 의지·지원없인 불가능

하논 분화구 복원·보전사업은 2012년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 당시 발의안이 채택되면서 국책사업으로 부상했다. 국책사업은 대규모 사업비와 장기간의 사업기간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정부정책 방향 등과의 부합성, 투자 우선순위, 경제적 타당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국책사업으로서의 성격에 부합되는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하논분화구 프로젝트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그간 숱하게 강조돼 왔다. 2012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이 사업의 국책사업 필요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하논분화구 프로젝트는 상당한 기간과 사업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 여러 주체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성격의 복원사업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의 목표와 추진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가 '제주지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획득할 수 있는 의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우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하논분화구가 갖고 있는 학술적·관광적 가치는 국가적 관점에서 활용될 필요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특히 이 사업은 대규모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세계 최초 사례로서, 궁극적으로 국가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가 2014년 수립한 하논분화구복원기본계획은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 하논분화구 전문가 초청 토론회. 이태윤기자

지난 8일 서귀포시청 제2청사 회의실에서 이중환 서귀포시장의 주재로 열린 '하논분화구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도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이 대통령 공약과 국책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분화구 복원사업의 경우 상당한 재원과 복원기간 외에도 전문적인 복원기술과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제주도 차원에서 이를 국책사업으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체 추진계획을 수립해 중앙부처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환 서귀포시장은 "하논분화구가 기본적으로 복원·보존되면서 토지주와 상생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러 토론회를 거쳐 하논분화구에 대한 대책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학술적·관광 가치의 국가적 활용

이미 널리 알려진 것 처럼 하논분화구는 중요한 지질·환경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화산활동과 연계해 우리나라에서 마르(maar)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며 장소다. 마르분화구에 약 5만년 동안 집적된 퇴적층과 지정학적 위치가 갖는 특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고생물 및 고기후 변천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모델로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가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복원·보전에 대해서도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하논분화구 프로젝트가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와 전 세계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학술적 자료를 생산해내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의 자연생태복원을 통해 탄생한 하논분화구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유용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례로 독일의 마르형 분화구로 유명한 불칸아이펠(Vulkaneifel)에는 국제연구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마르분화구와 관련된 지질관광(Geo-Tourism) 등의 지질관광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연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 및 위상 강화

자연생태복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하논분화구 복원·보전 사업의 추진은 국가환경정책의 대표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올림픽이라 평가받는 WCC 총회의 권고 사항을 국가가 직접 나서 준수한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대한민국 환경정책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획득하고,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다.

결국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사업의 목표와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사업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후속 과제

우선 하논분화구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과학적 연구를 위해 역사·인문환경, 기상·지형·수계·지질·경관·생태계 등 자연환경에 대한 종합학술조사를 연차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논 마르퇴적층에 대한 심층연구를 위해 하논 및 유사 선행연구의 조사·수집 및 체계적 정리, 국내외 학술연구활동 자료수집·분석, 고생물·고기후 연구를 위한 마르퇴적층의 다양한 시료 채취와 퇴적물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과제다.

행정적·제도적으로 복원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논분화구 복원 기본계획 용역의 연구성과물을 바탕으로 제주도는 하논분화구 복원 국책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사업을 법정계획에 반영하는게 중요하다. 기본계획용역에서는 제주도가 하논분화구 복원 의제를 도정의 최우선순위 정책으로 반영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하며, 다양한 주체와 이익집단의 갈등 최소화, 지역주민의 합의 도출 등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본계획에서는 국책사업추진 전담조직을 한시적으로 구성하여 중앙절충 활동 등 국책사업추진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복원사업 이전에 한시적 보전대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끝>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이현숙·강경민·이태윤·김희동천기자 ◇자문위원=김은식 교수(국민대, 복원), 김찬수 박사(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식물), 양영철 교수(제주대, 제도 정책), 윤석훈 교수(제주대, 지질), 이석창 대표(하논범추위, 총괄)

생태도시 순천 '국가정원'으로 비상
순천만은 / 지자체·정부 적극적 의지 합작품

국내에서 생태보전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순천만을 꼽는다. 람사르습지이자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2015년 9월에는 순천만정원이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만은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순천의 대표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순천만 생태보전사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동노력의 결과다. 순천만의 사례는 하논분화구와 많은 유사점을 보여준다. 복원·보전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시시하는 점이 많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인 순천시 인안동과 별량면, 해료면 일원의 갈대 군락지, 하구 염습지, 갯벌로 구성된 만이다. 순천만이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1990년대초 동천 하류 하도정비사업과 골재를 판매해 공사비를 충당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골재채취를 겸한 하도정비사업에 대해 시민단체와 언론이 환경훼손의 문제점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섰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순천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사업은 철회됐고, 순천만 생태공원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때 야구전지훈련장이 추진되다가 백지화되고 생태복원이 추진중인 하논과 닮음꼴이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국비 67억원과 지방비 92억원 등 159억원이 투입돼 자연생태관과 조류관찰장, 야외전시장, 산책로, 생태연못 등이 들어섰다. 개발의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나 보전을 추구한 결과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순천은 진화를 거듭했다. 2013년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을 생태도시로 변모시켰다. 당시만 해도 '정원'이라는 단어조차 법령에 없어 정부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산림청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정원박람회 총 예산 2400억원 가운데 국비 800억원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800억원은 토지매입에 사용됐다. 2015년에는 제1호 국가정원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순천만 생태보전과 국제정원박람회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부의 지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에 비하면 하논분화구 프로젝트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제적인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왜 지지부진한 이유를 곱씹어볼 때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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