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9) 독일 불칸아이펠

[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9) 독일 불칸아이펠
하논과 닮은 마르분화구의 전형… 세계적 명소로 우뚝
  • 입력 : 2016. 11.28(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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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지질공원 이어 2004년 세계지질공원 첫 등재
고기후 등 연구 활발… 마르 등 주제별 6개 박물관
지질관광 병행 연간 200만명 과거로의 여행 '만끽'


독일의 중서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세계지질공원 '불칸아이펠(Vulkaneifel)'. 한라일보 취재진은 이 곳을 두차례 방문한 바 있다. 2004년에 처음 불칸아이펠을 찾아 나선 것도 하논이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하논 분화구 안에 야구 전지훈련장을 건설하려는 논의가 진행되던 때였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이 계획은 백지화됐지만 제주의 자연자원 보존과 활용문제에 경종을 울렸으며, 하마터면 '사고'칠 뻔 했다. 그후 하논은 생태복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어떤 곳인가=불칸아이펠은 화산을 뜻하는 '불칸'이라는 지명에서 알아챌 수 있듯이 화산폭발에 의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세계적 화산지대이다.

독일의 중서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불칸아이펠은 '불칸벨트'라고 불리는 350여개의 각종 화산체와 70여개에 이르는 마르형 분화구의 고장이다. 이 곳은 제주의 오름과 마르지형인 서귀포 하논을 연상시킨다. 아이펠에서는 국제적인 석학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중이다. 지속 가능한 이용적 측면에서도 유럽 전체의 관광객을 위한 지질관광(Geo-Toursim) 등 적극적인 운영사례가 돋보인다. 사진=한라일보DB

'아이펠'은 산악지대를 의미한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접경지역에서부터 동쪽으로 55㎞ 이상 펼쳐진 곳에 다운(Daun), 게롤슈타인(Gerolstein) 등의 도시가 있는 광활한 지역을 일컫는다. 근대 독일의 개척정신을 상징하는 라인강의 서쪽, 라인강의 지류중 하나인 모젤강 북쪽 고원지대에 있는 화산지대이며 약칭으로 '아이펠'이라 부른다.

이 곳은 제주의 오름과 마르지형인 서귀포 하논을 연상시킨다. 지질학에서 흔히 등장하는 분화구의 한 형태인 '마르'라는 이름은 바로 이 곳 불칸아이펠에서 유래됐다. 수백만∼수천만년에서 최후 빙하기인 1만년전의 지구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아이펠은 '불칸벨트'라고 불리는 350여개의 각종 화산체와 70여개에 이르는 마르형 분화구의 고장이다.

▶세계적 명소로=불칸아이펠은 2000년 유럽지질공원에 이어 2004년 세계지질공원의 반열에 올랐다. 모두 최초다. 아이펠은 유럽과 글로벌 지질공원 네트워크 태동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유럽수준의 첫 번째 협력사업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기념품 생산, 로고, 소책자, 관광전략 등에 관한 것들이다. 2004년에 들어서는 세계지질공원(GGN)으로 영역이 더욱 확대됐다.

아이펠에서는 국제적인 석학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중이다. 지속 가능한 이용적 측면에서도 유럽 전체의 관광객을 위한 지질관광(Geo-Toursim) 등 적극적인 운영사례가 돋보인다. 지질자원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불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킨다.

아이펠에서는 마르·화산·광물질·자연사 등 주제별 6개에 이르는 박물관이 화산지대의 생성역사를 안내한다. 박물관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지 않다. 전시공간과 연구동을 갖춘 소규모이지만 아이디어나 그 내용은 알차다. 거의 모두 미니박물관이지만 서로 주제가 달라 지질체험과 관광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 곳이 유럽지질관광의 중심무대가 되고 있다. 또한 지질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탐험, 지오파크 가이드의 교육과 훈련, 새로운 직업 창출, 세미나, 방문자 그룹회의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아이펠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연간 200여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50만명은 아이펠에서 2, 3일동안 체류하며 인류 태고의 신비를 찾아 과거로의 여행에 흠뻑 빠진다. 아이펠투어는 경유형과 보통 2박, 3박의 체류형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숙소인 펜션과 모텔 등에서는 산악투어와 관련한 각종 자료들이 넉넉히 준비돼 있다.

불칸아이펠의 중심타운 '다운(Daun)'.

관광객들은 경관만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하고 체험함으로써 희열을 맛본다. 마르와 호수, 오래된 화산지형의 휴식처, 그외의 많은 지형들에 호감을 나타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은 경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산악투어의 매력에 젖어든다.

▶마르의 도시 '다운'='다운(Daun)'은 불칸아이펠의 중심타운. 마르분화구 도시다. 인구가 7000여명으로 제주의 읍 소재지 만큼도 안되는 작은 도시이다. 도심에서 불과 자동차로 5분 거리에 거대한 호수가 딸린 마르분화구가 곳곳에 널려 있다. 아이펠의 자랑거리인 마르분화구 주변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대형버스가 수시로 드나들고 관광객들은 이 곳 지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는 표지판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다운 거리에서는 등산용 지팡이와 점퍼 차림의 관광객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젊은이는 물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도 많다. 잘 다듬어진 거리와 화산지형 감상을 어지럽히지 않는 스카이라인, 친절한 안내, 표지판, 화산석으로 치장한 갖가지 조형물들이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국내외 방문객들이 묵는 숙소나 식당, 구멍가게 만한 기념품 판매소에는 이 지역의 명소인 '마르분화구'를 소개하는 책자와 기념품, 엽서들로 넘쳐난다. 제주 사람들이 오름을 얘기하듯이 다운의 마르분화구는 이 지역 사람들의 삶 그 자체를 투영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이현숙·강경민·이태윤·김희동천기자 ◇자문위원=김은식 교수(국민대, 복원), 김찬수 박사(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식물), 양영철 교수(제주대, 제도 정책), 윤석훈 교수(제주대, 지질), 이석창 대표(하논범추위, 총괄)



하논은 걸음마 단계… 아이펠의 사례 주목해야


아이펠, 국제공동연구·지질관광 선도
하논, 생태복원 아이펠 이상의 가능성


하논과 같은 마르 화산체의 세계적 산지인 독일 불칸아이펠의 경우 국제적인 석학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유럽과 지구촌 관광객을 위한 지질관광(Geo-Toursim)지로 성장하고 있는 사실은 하논에도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독일과 지방정부는 '불칸아이펠'의 자원화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위해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집중적인 투자와 공동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펠 마르의 습지 및 퇴적층, 호수환경으로서의 고기후·고환경을 규명하기 위한 시추탐사를 진행, 그 성과물을 학술발표로 정립하고 박물관에 전시함으로써 연구와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불칸아이펠은 전세계 화산 및 지리학자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장소가 되고 있다. 특히 마르형분화구를 중심으로 독일 내부는 물론 프랑스·러시아·아시아권과도 국제연구네트워크를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 95년부터는 중국정부와 마르분화구 시추연구프로그램인 CMDP(Chinese Maar Drilling Program)을 시행중에 있다.

불칸아이펠의 고환경 연구와 관광자원화 사례는 하논분화구의 미래전략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이펠의 사례에 비한다면 하논은 아직 걸음마단계이다. 중요한 것은 분화구 바닥에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이탄퇴적물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의 고식생, 고기후는 물론 동아시아 몬순기후의 변화를 규명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 바로 하논이라는 것이다. 하논은 농경지 또는 단순 개발 유보지가 아닌 수천 수만 년의 자연사를 밝힐 수 있는 동아시아지역의 귀중한 자연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하논 분화구 생태복원 프로젝트는 분화구의 원형과 훼손된 자연사를 보전하고 복원한다는 점에서 아이펠의 비전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아이펠의 사례에서처럼 적절한 보호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아이펠의 비전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하논분화구 복원은 아이펠을 비롯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최초의 환경복원사례로 주목될 것이다. 동아시아지역의 고생물과 고기후 등을 연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으로서, 특히 국제적인 관광도시인 서귀포는 물론 제주도의 지질 생태 관광자원으로서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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