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듬뿍 제주국' 주인장 안정생씨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옛맛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계절국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겨울엔 담백한 '장태국' 한그릇에 속이 따뜻소박한 밥상은 손맛과 정성이 최고의 조미료
'국'은 제주사람들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국을 끓여먹어야 밥 한끼를 제대로 먹은 듯 배가 든든하다고 했다.
자연히 국의 종류도 어느 지역보다 다양했다. 한여름이면 맹물에 된장 한 수저만 풀어놓아도 국이 됐고, 배추·나물 등 주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모든 재료로 국을 만들어 먹었다.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면 돼지와 내장을 푹 삶은 국물에 해초류인 모자반을 넣어 '몸국'을 끓여먹었다.
또 여름이면 연한 호박잎에 밀가루를 반죽해 큼지막하게 뚝뚝 뜯어넣은 수제비를 건져먹는 맛이 그만인 '호박잎국'도 제주 사람들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니만큼 보말·소라 등의 해산물과 멜, 옥돔, 갈치로 만든 생선국도 물론 즐겨먹었다.
제주시 무근성 제주은행 서문지점 뒤편에 있는 식당 '정성 듬뿍 제주국'은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국맛을 고집하는 곳이다. 주인장인 안정생(73)씨가 몸국, 멜국, 각재기국을 늘상 선보이고, 여름이면 호박잎국, 가을엔 갈치국 등 제철 재료를 만든 국을 선보인다.
▲장태국
칼바람이 매서운 요즘 식당의 최고 인기음식은 '장태국'으로, 손님들의 추운 속을 달래준다. 살이 희고 단단한 장태는 옥돔과 맛은 비슷하면서도 값은 저렴해 제주사람들이 즐겨먹었던 생선 가운데 하나였다.
장태국은 끓이는 방법도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냄비에 맹물과 굵게 채썬 무를 넣고 끓이다 내장과 머리를 잘라 손질한 생물 장태를 넣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한다. 재료가 익을 즈음 채썬 잔파를 고명으로 얹어내면 장태국이 완성된다. 장태와 무, 그리고 소금간 외에는 일체의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은 단순한 조리법은 신선한 장태의 맛을 최대한 살려준다. 장태살을 발라 무와 함께 한 수저 뜨니 옥돔 같기도 우럭 같기도 한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안씨가 장태국과 함께 만들어준 멜튀김과 멜무침은 시린 계절을 녹여줄 별미로 손색이 없다. 멜무침은 머리와 뼈, 내장을 발라낸 생멜에 오이, 당근, 양파와 갖은 양념을 해 부드러운 멜과 야채의 시원함이 어우러진다. 멜튀김은 술안주로도 인기가 좋다.
▲멜튀김과 멜무침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삽시간에 만들어 손님상에 내는 안씨는 "어릴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자연스런 맛을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식당에서 먹는 밥인데도 집에서 먹는 밥처럼 질리지 않고 친근하다며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이 반갑다"고 했다.
제주국은 손님상에 내는 반찬도 하루치 분량만큼을 그날그날 만들어 쓴다. 마늘무침, 호박무침, 멜조림, 겉절이 김치 등 집에서도 자주 먹는 반찬들은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려 단순하게 조리한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만들어낸 반찬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박하고 정갈하다. 반찬이 다 떨어지면 다른 반찬을 잽싸게 만들어 손님상에 낸다.
식당문을 연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단골손님이 꽤 여럿이다.
주인장 안정생씨는 "주변에서 입소문을 듣고 한 번 찾았던 이들 중에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꼬박꼬박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장태국은 6000원, 멜튀김과 멜무침은 각각 1만원이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주 일요일은 쉰다. 문의 755-9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