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전·된장겨자소스샐러드를 곁들인 한정식과 들깨수제비가 일품인 애월읍 고내리 '숲소리'. 함옥금 대표의 손맛이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이승철기자
호박전·된장겨자소스 샐러드 곁들인 '한정식'부추 넣어 반죽한 진한 맛 '들깨수제비' 별미
분주한 일상에서 만난 '쉼표'랄까? 제주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려 닿은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남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식당 '숲소리'의 첫 느낌이 그랬다.
연탄난로 위에는 손님에게 후식용으로 낼 고구마가 맛나게 익어가고, 갈색 나무기둥과 식탁이 자연의 색을 닮아서일까 숲속에 자리잡아 앉은듯 편안하고 정감있다.
식당 대표는 함옥금(57)씨다. 중학교에서 30여년간 영어를 가르치다 명예퇴임후 뭘 할까를 고민하다 한적한 고내리에 식당을 열었다. 무인카페를 구상하다 생각보다 일이 커져 식당을 차리게 됐다는 그녀는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 식사 대접하는 일을 즐겨했을 정도로 음식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숲소리의 대표 음식은 '한정식'과 '들깨수제비'다.
한상 가득 차려지는 한정식은 입으로 맛보기 전에 고운 색감에 눈이 먼저 즐거워진다. 따끈따끈한 훈제오리와 돼지고기 수육을 배춧잎에 싸먹는 보쌈에서부터 밥도둑이라는 간장게장, 노릇노릇한 옥돔구이가 올라온다. 끝인가 싶더니 얇게 썬 늙은 호박에 찹쌀반죽을 살짝 입혀 아몬드를 뿌려 부쳐낸 호박전, 손수 개발한 된장겨자소스를 끼얹은 야채샐러드까지 마치 음식 경연장을 연상시킨다. 여기에다 애월에서 많이 생산되는 브로콜리, 취나물 등 지역 농산물로 맛을 낸 반찬들이 정갈하게 어우러진다.
신선한 재료에다 손맛이 한껏 느껴지는 음식들은 대체로 간이 강하지 않아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 자연의 맛을 닮아있다. 한정식 가격은 1인분에 1만2000원.
그녀가 평소 좋아해서 차림표에 끼워넣었다는 들깨수제비 역시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은 음식이다. 수제비는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배고프던 시절, 어머니가 즐겨해주던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제비였다.
수제비 만드는 과정은 간단했다. 멸치·다시마·무·대파를 넣어 미리 끓여 준비해둔 육수가 팔팔 끓으면 부추를 갈아넣어 숙성시킨 반죽을 손으로 먹기좋게 한 입 크기로 뜯어내 넣고 애호박과 감자, 들깨가루를 넉넉히 넣는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녹말가루를 푼 물을 조금 넣으면 걸쭉하면서도 진한 맛의 들깨수제비가 완성된다.
고소한 들깨가루와 색감좋은 연두빛 수제비가 어우러진 맛은 먹을 게 넘쳐나는 요즘엔 '별미'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수제비는 쫄깃쫄깃하고 국물은 뽀얀 게 들깨향이 진하고 고소하다. "쫄깃한 반죽의 비법이 있는냐"고 물었더니 "손으로 직접 반죽해 일정시간 숙성시킨 게 전부"라는 답이 돌아온다. 맛 뿐만이 아니다. 들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주고 기미와 주근깨를 막아주는 등 피부미용에도 좋다니 건강식이 따로 없다. 1인분에 7000원.
▲'숲소리' 함옥금 대표
식당을 찾는 손님은 인근 마을 주민들은 물론 올레꾼과 오름 탐방객, 관광객들까지 다양하다. 식당이 생긴지 1년도 채 안됐는데 내비게이션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더러 있을 정도다.
"손님들이 맛있다고 잘 드시면 가장 기분좋죠. 식당 위치가 제주시내랑 좀 떨어져 있는데도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 분들이 맛있게 드시고 나서 주변에 입소문을 많이 내주시는 덕이 아닌가 해요."
식당 한켠엔 '셀프 코너'도 있다. 커피,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을 2000원을 내고 골라먹으면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함 대표는 "식당이 올레 15코스를 끼고 있어 잠시 휴식을 원하는 올레꾼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의 799-5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