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2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댄스스포츠 부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시각장애인 오순연 씨와 비장애인 파트너 문치웅 씨<사진 제공=오순연씨>
지난 9월 21일부터 5일간 전라남도 일원에서 열렸던 제2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댄스스포츠 종목에 출전하여 금메달 한 개와 은메달 한 개를 획득하고 돌아온 시각장애인 오순연(여, 59세) 씨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장애인체전 댄스스포츠 종목에는 제주도에서 문성규 감독과 장애인 선수 2명, 비장애인 선수 2명이 출전하여 금메달 한 개와 은메달 두 개 그리고 동메달 한 개를 목에 걸고 제주도의 위상을 전국에 떨쳤었다.
오 선수는 비장애인 문치웅(한효심휘트니스) 씨와 호흡을 맞춰 '혼성 라틴 Class B 삼바 Class B(시각)' 부분에서 금메달을, '혼성 라틴 Class B 파소도블레 Class B(시각)' 부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업주부이던 오 선수는 1997년도에 결막염을 치료하던 중 항생제 부작용으로 온몸의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에 손톱 발톱 머리카락까지 모두 빠졌다. 3개월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남편과 3남매의 지극한 간호와 오 선수의 굳은 의지로 치료를 받아 시력은 잃었지만, 생명은 건졌다.
하지만, 생명을 건졌다는 기쁨보다 빛을 잃은 절망감이 더 컸다. 바깥출입은 생각도 못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철저하게 혼자라는 생각으로 좌절감은 극에 달했다. 그렇게 5년을 지내면서 극진히 보살펴 주던 남편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삼 남매 아이들을 생각했다. 언제까지 남의 도움만 받을 수는 없었다.

◆ 수상자들과 함께. 가운데가 제주대표 금메달리스트 오순연 씨와 문치웅 씨
오 선수는 용기를 내어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 양예홍)을 찾아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복지관에서 만난 시각장애인들의 명랑하고 활기찬 생활 모습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점자를 배우고 난 뒤 '생명의 전화' 상담원 교육을 수료하고 상담사로 2년여 봉사활동을 했다. 볼링을 배워 도내 대회에서 우승했다. 싸이클을 배워 전북 전주시에서 열렸던 국민생활체육대회에 제주도 대표선수로 출전하여 은메달도 획득했다. 색동어머니회가 주최한 구연동화대회에서는 비장애인들과 겨뤄 동메달을 수상했다. 오 선수는 자신감이 넘쳤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올해 초부터는 주위의 권유로 댄스스포츠를 배웠다. 소질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렸던 대회에 이어 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게 되었다.
오 선수는 "아직도 바깥출입을 안 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는 줄 안다. 그들도 세상 밖으로 나와서 함께 어울리며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다."면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지만,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말하며 오는 11월에 열리는 대회에서도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