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이프]고종 '첫 잔'서 국민 음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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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국내 커피 역사
  • 입력 : 2002. 04.23(화)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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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잠에서 깬 직후의 ‘한 잔’으로 시작해 식사 후와 나른한 오후, 근무중 휴식 시간 등 우리 생활속에서 대중화된 최고의 음료는 단연 커피다.

 하루 너댓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중독증(?)에 걸린 이도 있다. 국제농업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 한 사람이 연 3백52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이 통계대로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국민이 하루에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꼴로 생활 속의 기호음료로 자리잡은 셈이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것은 1895년 을미사변 때 러시아 공사가 커피 열매를 들여오면서부터.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커피를 마신 것이 최초라고 문헌기록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1백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커피는 그 독특한 맛과 향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매료시켜왔다.

 커피가 생활속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대략 6·25전쟁을 거치면서부터.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흘러나와 주로 다방에서 마실 수 있었다. 그러나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어 가정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7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유통된 커피의 대부분은 미군 PX로부터 흘러나온 불법 외제품이었다. 그 후 70년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가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판매에 들어가면서 커피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제주 최초의 다방은 ‘파리원’으로 해방 이후 제주상권의 중심지인 칠성로에 생겨 낭만과 문화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커피의 종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쳤다. 70∼80년대 다방에서는 아침에 계란노른자를 띄운 커피를 최고로 쳤다. 커피숍에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마실 수 있었으나 설탕과 프림을 듬뿍 넣은 일명 ‘잔칫집’ 커피가 주를 이뤘다.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신선한 인테리어의 커피전문점이 붐을 일으키며 젊음의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 자판기커피가 등장, 회사 휴게실이나 극장, 길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동전을 넣기만 하면 어디서든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2백∼3백원의 동전을 넣으면 몇 초만에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커피는 오늘날까지 그 입지를 고수하며 많은 사람들의 애호속에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의 으뜸커피는 설탕과 프림 등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아 은은한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원두커피’다. 젊은층에선 커피전문점 등 막힌 공간에 앉아 마시기를 거부하고 커피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일명 테이크아웃 커피로 커다란 종이컵에 든 커피를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

/문미숙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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