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맹 더위의 기승으로 불쾌지수가 최고조로 달하고 있는 이때 주택, 공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위협하는 벌때들로 인해 119는 그야말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벌들은 5~6월쯤이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장마가 끝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산림지역보다 온도가 높고 청량음료, 과일 등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심지역으로 내려와 무차별적으로 집을 짓는다. 비, 바람 등 환경적 저해요인이 없는 건물처마 밑, 창틀, 환기구멍, 기와 속, 마당에 심은 정원수, 가로수 등 집을 짓는 곳도 다양하다.
최근 농촌과 도심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벌들이 출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벌의 활동이 왕성해 지면서 최근 제주소방서 119구조대에서만 1일 평균 5건, 도내 전 소방서에서 1일 평균 10여건에 달하는 벌 안전조치 출동을 하고 있다. 출동 장소도 산림, 주택가, 공원 등으로 다양하다.
주택가 등 생활주변에서 벌집을 발견했을 때에는 무리하게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로 신고를 해야 한다. 벌들이 집을 짓기 전 분주하게 나타나는 장소를 유심히 보았다가 농약이나 경유 등을 뿌려두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집을 지었을 때 자력으로 벌을 퇴치하려 하다가는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말벌은 일반 벌에 비해 15배나 맹독성이 강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 예로 지난달 13일 강원 화천군에서 아침 산책을 나갔던 70대 노인이 정수리 부분을 벌에 쏘여 숨지기도 했다.
이제 곧 추석을 맞아 도내 벌초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초 중 벌집을 잘 못 건드렸을 때에는 얼굴을 가리고 바닥에 엎드려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하고 벌을 쫓으려 하는 행위는 자칫 벌의 집단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또한 각종 야외활동 시 밝은 색상의 옷이나 털이 있는 옷, 그리고 과도한 향수나 스프레이 사용은 벌에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신용필 제주소방서119구조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