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단속반과 일부상인간 숨바꼭질 여전

[이슈&현장]단속반과 일부상인간 숨바꼭질 여전
조생온주 출하시 '비상품과의 전쟁' 본격화
  • 입력 : 2008. 11.03(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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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 선과장을 단속한 결과 2번과 상자에 1번과가 다량으로 섞여있는 것이 확인돼 재선과 조치를 받았다.(사진 위) 반면 자체적으로 비상품을 철저히 차단해 마트에 직접 납품하는 모범적인 업체. /사진=특별취재반

강제착색·비상품섞어 출하 등 '가지가지'
과태료 상향조정 검토…효과는 미지수
농가·중간상인 자정노력·의식개혁 요원


▷2008년산 감귤현황 = 농업기술원의 조사결과 올해산 감귤생산량은 51만2천톤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감귤생산량이 60만톤을 웃돌면서 감귤가격 하락은 물론 판매에 애를 먹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가격 호조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10일 노지감귤 본격 출하를 앞두고 당도 및 산함량에 대한 조사결과 지난해에 비해 당도는 높고 산함량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맛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도시 도매시장 관계자 및 유통상인들은 사과·배 등 여타 과일이 풍작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과일 소비가 부진하지만 품질이 지난해보다 좋아진데다 중국 멜라민 여파 등으로 까먹기 쉬운 감귤이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발도 좋다. 출하가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10월말까지 보름여동안 노지감귤 경락가격(10kg들이 1상자당)은 평균 1만4천5백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1만1천5백~9천4백원, 그리고 지난 2006년 1만5백~1만2천8백원보다 20~30% 높은 수준이다.

▷불법행위실태 = 우선 일부 중간 상인들이 밭떼기 거래로 감귤을 매입후 수확·출하하는 과정에서 미숙감귤을 강제착색해 출하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 9월말에는 강제착색한 감귤 10㎏들이 1백39상자가 경기도 수원 농협공판장에서 대거 반송조치됐다. 또 감귤 출하가 시작된 지난달 15일을 전후해 제주시와 서귀포지역 선과장에서 강제착색 행위가 잇달아 적발됐다.

또 감귤선과시 1번과가 2번과로 일부 넘어가는 것과 9번과가 수축되면 조금 작아지는 것을 악용해 2, 8번과에 비상품 감귤을 섞어 출하하는 사례도 흔하다. 지난달 30일 단속반에 적발됐던 C선과장에서는 8번과 상자에 9번과가 다량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선과장 주인은 "전체적으로 무게를 맞추기 위해 8번과 상자에 9번과를 한두개씩 넣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선과장에서는 2번과 상자에도 1번과가 다량 섞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쌓여 있던 2번과 상자를 모두 열어 조사한 결과 10여상자에서 1, 2번과가 대량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한 단속반은 재선과토록 조치했다. 또 1번과와 2번과를 무더기로 섞어 포장했다가 적발된 서귀포시 서홍동 B선과장 주인은 "다른 지방에서 내려왔던 지인들이 작은 감귤을 먹어본뒤 맛있다며 1~2번과를 섞어 보내달라고 부탁받았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인터넷 판매를 통한 소량의 비상품 또는 품질검사 미이행 감귤의 다른 지방 반출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내 근거지가 없는 다른 지방의 철새상인들이 전문적으로 비상품감귤을 몰래 매입해 대도시 도매시장에 유통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단속 실태 및 어려움 = 제주자치도는 도내 선과장 6백66개소에 대해 1선과장 1공무원 책임담당을 지정하고 1일 1회 이상 방문지도토록 하고 있다. 또 지역별 책임공무원 담당제를 운영해 책임지역내에서 비상품감귤 출하시 간부공무원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일반 행정공무원은 물론 자치경찰과 소방공무원까지 동원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또 보안전문경비업체와 손을 잡고 야간순찰 및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각 행정시별로 밤 12시에서 새벽1시까지 비상대기조도 편성하고, 수상한 차량이 발생할 경우 추적이 가능하도록 모든 단속반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사이트 유통단속 전담팀을 구성해 도내·외 1백92개 관련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도 벌이고 있다.

이같은 강력한 단속 방침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단속실적은 86건으로 집계됐다. 내용별로는 비상품 감귤 유통이 43건으로 가장 많고, 강제착색 11건, 품질검사 미이행 19건, 첫 출하일 미이행 기타 13건이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47건, 서귀포시 39건이다.

그러나 비상품 감귤 유통을 막기위해 단속반은 일부 선과장 주인들과 숨바꼭질을 벌여야 한다. 선과장 주인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한 단속반원은 "선과장 주변이나 선과장 단지 앞에 있는 운수회사 등에서 단속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뜨면 각 선과장으로 연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적인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단속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 비상품 감귤을 출하하다가 적발되는 선과장은 단속에 호락호락 응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선과장 측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야간 단속은 더욱 어렵다. 또 비상품 감귤을 실은 차량을 항만까지 추적하더라도 컨테이너를 열기가 쉽지 않다. 강제착색 감귤을 적발하더라도 강제폐기를 할 수 없다. 선과장에 쌓아놓았던 비상품 감귤이 다음날 가공용 수매전표도 없이 사라져 출하한 것이 확실하지만 출하현장을 적발하지 못해 어쩔 도리없이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향후 전망과 대책 = 실질적으로 비상품과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 10일부터 단속반이 본격 가동됐지만 현재 출하되는 감귤은 극조생으로 물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서귀포지역 선과장의 경우 40% 수준인 1백53곳만 정상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조생온주가 출하되는 시점인 이달 중순쯤부터 비상품 감귤과의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비상품 감귤 출하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비상품 출하 등 감귤유통조례 위반으로 적발된 선과장 등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형벌적 효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상품감귤을 출하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과태료에 비해 더 큰 탓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과태료 금액을 8백만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일부 농가에서는 가공용 감귤의 수매가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다. 올해도 가공용감귤 수매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kg당 80원으로 결정됐다. 가공용 수매가가 현재의 두 배인 kg당 1백60원선만 유지돼도 비상품 감귤의 시장 출하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해당 농가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생산된 감귤주스가 판매부진한 상태에서 가공용 수매가만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최근 몇년새 비상품 감귤과의 전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당국과 일부 농가·상인간 끝없는 소모전만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농가 및 중간상인들의 자정노력 및 의식개혁 필요성이 수시로 강조되고 있지만 자신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 생각에 사로잡인 농가나 상인에게는 백년하청이다.

제주감귤협동조합 고정한 지도상무(51)는 "FTA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농가들이 의식변화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전제, "강력한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끊임없는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고 상무는 또 "감귤농가들은 서둘러 출하하는 것보다는 완숙시킨뒤 출하하고 비상품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 스스로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윤보석 이정민 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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