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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역사가 되는 기록(記錄)을 생각하며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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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역사와 닿아있다. 기록이 바로 역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역사의 대부분은 이런 기록에 의존해 기술할 수밖에 없다. 역사란 어떤 관점에서의 기술도 의미가 있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현실의 삶과 문제들을 이해하고 미래의 비전을 모색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국보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록 자치 시대란 기치를 내걸고 최근 '(가칭)제주기록원' 설립과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있었고, 이미 2021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 '공고 제2021-635호'로 '(가칭)제주기록원 건립 기본계획 수립 용역' 입찰 공고가 있었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확대되고 고양되리란 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제주도는 아직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중요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기록으로 남겨지는 글과 기록물들이 모두 역사의 자료가 돼서는 안 된다. 몇 해 전, 고교 선배께서 황당한 일이 있었다면서 전해준 말이다. 고향 읍면 단위 행사가 있었는데 안내 책자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도의회 의장의 축사에 자신의 이름이 있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고 하다 잊어버렸고 시간이 지나서 다른 일로 만나 그때의 마음을 전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걸 쓴 기억이 없다는 거였다.

오늘날 우리는 쏟아지는 기록물들과 대면하며 살아가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기록과 정보를 진단하고 분석하며 판단하는 일만으로도 현대인들은 피로를 더할지도 모른다. 다른 기록물들과 달리 공공 기록물은 조선조의 ‘왕조실록’처럼은 아닐지라도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공익의 기록이어야 한다. 제주도의 ‘제주’, 도의회의 ‘드림제주21’의 경우가 그렇다.

위 두 발간물에 참여하는 편집 담당은 ‘제주’의 경우 공보관을 포함한 9명, ‘드림제주21’은 공보관을 포함해 3명이다. ‘제주’의 편집위원 8명은 외부인사인데 비해 ‘드림제주21’은 모두 담당 공무원이다. 두 기록물의 편집 방향, 내용 등을 비교하는 일은 외부적 간섭일 수가 있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심한 차이가 있다. ‘제주’는 어느 사기업의 홍보책자 같다면, ‘드림제주21’은 그나마 체계적이다.

‘제주’(2021년 봄호)에서 '청정과 공존으로 여는 더 큰 제주'라는 기치로 제주형 뉴딜과 저탄소 정책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며 오름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대는 걸 홍보하는 일이란 아무래도 모순이다. 일관성이 없다. 적어도 ‘드림제주21’(2021년 가을호)에서 '지방자치 부활 30년, 걸어온 길 가야할 길'의 내용처럼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반성하면서 새롭게 나아가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진솔한가.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로 출마하려는 뜻을 가지고 있는 후보의 측근으로부터 후보와 관련한 '자서전' 형식의 책을 발간하는 일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다. 이러한 의도의 기록물이 가지는 의미를 이미 알고 있기도 하지만, 대필은 역사 왜곡이란 생각과 함께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했어도 참혹함을 느끼면서 엄숙하게 거절하고 말았다. 제주기록원이 설립되면 할 일이 참 많겠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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