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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의 한라칼럼] 살암시믄 살아진다?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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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암시믄 살아진다. 우리네 어머니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문장이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척박한 땅과 거친 바다에서 삶을 영위해야 했던 우리네 어머니는 말 그대로 삶을 살아냈다.

어쩌면 행복이나 삶의 질 등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본질과 동떨어진 이 삶에는 애환과 슬픔과 질긴 생명력이 짙게 드리워진다. 제주의 삶은 살아내야만 하는 삶이었고, 그 삶 위에서 우리는 지금 이 풍요의 자리에 서 있다.

바다를 끼고 쭉 뻗은 해안도로, 경치 좋은 곳이면 들어선 개성 있는 카페, 섬세한 해안선과 조화를 이루는 쪽빛 바다. 여느 외국의 유명 관광지 부럽지 않은 제주의 풍경이다. 그러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제주 바다는 매년 습격하는 불청객 괭생이 모자반, 사라지는 조간대와 모래사장, 오염과 남획에 의한 연근해의 황폐화 등으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제주의 보물, 오름은 또 어떤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내밀한 아름다움과 각기 다른 풍경을 품은 360여 개의 봉우리. 제주 오름은 밀려드는 탐방객과 라이더의 산악 주행 등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다.

바다와 오름뿐이랴. 제주 곳곳 몸살로 아프지 않은 곳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지 않나. 청정과 공존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게도 구럭도 다 잃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청정은 무분별한 개발과 넘치는 쓰레기와 생활하수 등으로 무너지고 있고, 공존은 자연과의 공존뿐만 아니라 인간 사이의 공존도 위태롭다.

살암시믄 살아질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쳐놓고 본다면, 산다는 게 뭐 그리 별난 일일까도 싶다. 시간을 살아내는 게 삶의 전부라면, 살아가는 한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네 어머니의 '살암시믄 살아진다'가 경이로운 이유는 살아갈 수 없는 거친 환경을 이겨내고 극복한 데 있다. 어머니 세대의 질곡을 지나 이제 우리는 풍요의 길목에서 다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이미 들어서 있다. 청정과 공존을 잃은 후에도 우리는 살암시믄 살아갈 수 있을까? '환경의 역습'은 인간을 향하고, 우리는 그 굴레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온갖 쓰레기로 뒤덮이고 오폐수로 오염돼 거품이 이는 바닷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관광객의 등 뒤로 황량함이 넘치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바다의 생명이 다하는 속에서 인간의 삶은 지속될 수 있을까? '살젠허믄 살아진다'. 이제 생존을 향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당장 내년이 아닌 5년 후 10년 후, 아니 그 이상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삶은 잘 살려고 하는 의지와 욕구 위에서 꾸려지는 것이고, 살려고 하면 길을 찾아야 한다. 어떤 길이 미래를 위한 길인지 이기심을 내려놓고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쌓기는 힘들고,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려운 법이다. 지금 미래를 위한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서로 부축하고 다독이며 '인간의 응전'을 시작해야 한다. 살암시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당장 지금부터 잘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제주는 청정의 땅이자 공존의 세상이고, 우리는 그 세상을 살아가는 경이로운 존재이므로.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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