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은 아직 멀었다
2019-06-1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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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Homepag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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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들어가고 강의 중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80명이 넘는 대형강의에서 제주도에 가 본 사람은 그럭저럭 있었지만, 4.3 기념관에 가 본 사람은 제주도에서 온 나 말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날 그 수업으로 육지 사람들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는 내 막연한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나는 8살 때부터 약 12년간 매년 빠지지 않고 4.3 사건에 대한 계기 교육을 받았었고, 과거청산 사업이 진행되었던 만큼 사람들이 이제는 제주 4.3 사건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것이다. 확실히 시대가 변해서 제주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꽤 많이 늘어난 듯했지만, 제주도 밖에서 제주 4.3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을 찾기는 여전히 정말 힘들다. 확실히, 한때 제주 4.3사건의 과거청산 사업이 진행되기는 했었다. 우리는 한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다. 제주 4.3사건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 죄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5.16 군사 정변으로 집권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거사 청산 운동을 철저히 억압하고 탄압했던 그때. 그러나 6월 민주화 항쟁 후 유족들, 제주도민, 사회운동단체가 함께 진상규명운동을 전개했다. 그 후 ‘제주도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제주 4.3 위원회도 출범했다. 2년 6개월 동안의 노력을 거쳐 노무현 정부 출범 후인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그 뒤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었고, 제주 4.3 기념관 건설 등의 위령사업도 진행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3일 제주를 방문해 추념사도 한다. 잘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대통령이 사과하고, 법이 제정되고 보고서가 나오고 위령사업이 진행되면 끝인가? 대한민국은 과거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끝맺은 게 하나도 없다. 제주 4.3 사건의 계기가 된, 제주도당의 무장봉기를 강압한 미 군정의 입장은 어디에 있는가? 왜 제주도의 그 어느 관광지보다도 찾는 발길이 많아야 할 기념관이 텅 비어있는가? 왜 제주도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도 4.3 사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는가? 왜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 누구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에 참고 자료로만 조그맣게 나오는 제주 4.3사건을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고도 기억할 리가 만무하다. 역사 교사들도 다른 부분을 가르치느라 바빠 제주 4.3사건을 설명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매년 제주 4.3사건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하여 진행되는 각종 백일장, 사생 대회, 문예 창작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제주도 사람들이다. 육지 사람들은 그런 행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그러니 누가 제주 4.3사건을 기억할 수 있을까? 제주 4.3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제주도 밖에서는 잊힌 역사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가 진실을 밝혔다고 끝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밝혀진 역사를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600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과거사를 청산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청산의 시작이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치고, 책임자 처벌을 거쳐 모든 사람이 그 사건을 기억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끝이 나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사람들에게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산들산들 유채꽃이 아름답게 핀 이 생명의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직도 백비 위에 잠들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제주의 봄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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