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한라시론] 돌봄정책, 인내자본의 눈으로 바라보자

[김재희의 한라시론] 돌봄정책, 인내자본의 눈으로 바라보자
  • 입력 : 2026. 10.29(목) 03:00
  • 김재희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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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올해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통합돌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통합돌봄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제4차 포럼에서는 지역 주도의 통합돌봄 운영체계 발전 방향이 논의되었다. 민소영 경기대학교 교수의 발표에서 통합돌봄의 성과를 '인내자본'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은 당장의 수익을 서두르지 않고 기업이나 사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기다리며 투자하는 자본을 말한다. 이를 돌봄정책에 적용하면 사람의 삶에 변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꾸준히 지원하는 원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려면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넓히고, 보건·복지 분야와 공공·민간 기관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참여와 협력의 기반이 자리 잡고 지속되도록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인내자본의 관점을 돌봄정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책 현장에서는 단기간에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앞서기 쉽다. 그동안 통합돌봄의 추진 현황을 설명할 때 노인 1만 명당 신청자 수, 서비스 이용자 수, 연계 서비스 건수 등 양적 실적이 주로 제시되어 왔다. 서비스 신청과 연계 실적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돌봄의 성과를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신청과 연계 규모를 넘어, 제공된 서비스가 어르신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자립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돌봄은 서비스를 연결했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서비스를 통해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는지, 가족의 돌봄 부담은 줄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여러 부서와 기관이 어르신의 필요를 살피고 서비스를 조정하려면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어르신에게 필요한 도움도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식사를 챙겨주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병원에 함께 가거나 안부를 묻는 일이 더 절실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이어가려면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공공과 민간기관, 지역주민이 긴 호흡으로 손잡고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다.

통합돌봄이라는 씨앗이 현장에 막 심어졌는데 벌써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를 재촉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돌봄정책은 그 변화가 개개인의 삶에 뿌리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은 손을 놓고 지켜보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꾸준히 지원하고 삶의 변화를 살피며 부족한 부분을 고쳐가는 일이다. 인내자본의 관점으로 돌봄정책의 성숙을 뒷받침할 때 어르신의 평범한 하루를 받쳐주는 돌봄도 확대·발전해 나갈 것이다.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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