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수도, 제주] (중)'우리 동네 발전소' 분산에너지

[기후경제수도, 제주] (중)'우리 동네 발전소' 분산에너지
대규모 발전소·장거리 송전망 기존 체계 한계 직면
  • 입력 : 2026. 10.29(목) 02: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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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중인 전기차들. 연합뉴스

소규모 전력 해당 지역서 생산·소비 ‘지산지소’
지난해 제주 1기 특화지역 선정… V2G 등 실증

[한라일보]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소비 체계는 대규모 발전소를 지어 장거리 송전망을 발전소 지역과 떨어진 전국 각지에 전력을 보내 소비하는 중앙 집중형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런 장거리 송배전 방식은 막대한 투자 비용과 함께 전기가 각 가정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손실되는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가 다양해지고,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지금의 장거리 송전망이 증가하는 수요와 공급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부닥쳤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했다. 분산에너지는 40㎿ 이하 소규모 발전시설과 500㎿ 이하 집단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일컫는 말이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전국 각 지역에서 흩어진 태양광 등 소규모 시설이 생산한 전력이 해당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특별법에 따라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 이른바 특구에서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지역 내 전기 생산자가 지역 내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하고 그 대가를 받게 된다.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전력 분야에 도입한 것에 더해, 쓰고 남은 전력을 거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ㅣ 내 전기차가 전력 발전소

정부는 2025년 11월 제주도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가 분산에너지 정책을 확산하는데 최적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제주도는 특구 지정에 따라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계한 V2G(Vehicle to Grid)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 전기를 전력망으로 다시 공급하는 개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아 전기가 남는 낮 시간대에는 차량을 충전해 전력을 저장하고, 수요가 많은 야간에는 방전해 전기를 전력망에 보낸다. 전기차를 이동 수단에 머물지 않고 발전소로 확장한 이같은 V2G 시범사업에는 쏘카 전기차 20대와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차종으로 일반 도민이 보유한 전기차 40대가 참여하고 있다. 제주도는 오는 11월 일반 도민 전기차 40대를 추가 모집한다.

제주도는 올해 내 V2G 전용 충전기 등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내년부터 전기차 전기를 사고 파는 전력 시장 참여 실증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는 실증단계이기 때문에 V2G를 통한 전력 판매는 한전을 통해서 해야하지만 2028년 가상발전소(VPP)가 제도화 되면 이 가상 발전소를 통한 직접 거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VPP는 흩어져 있는 중소형 재생에너지를 인공지능(AI) 등으로 연계해 대형 발전소처럼 제어·거래해 수익을 도모하는 시스템이다.

제주지역 가정에 설치된 히트펌프. 연합뉴스



ㅣ 히트펌프로도 수익 낸다

지난 7월 31일 제주시 영평동 한 단독주택. 이 곳에서 국내 '난방 전기화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이 사업은 등유·액화석유가스(LP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보일러를 고효율 공기열 히트펌프로 교체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난방비를 낮추는 것이다.

히트펌프는 대기 중의 열을 끌어와 집 내부를 난방하거나 온수를 데우는 전기 기반 설비다. 히트펌프가 전기 1kWh를 사용할 경우 3~5kWh 수준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화석연료 보일러에 비해 효율이 높지만 제품 가격 뿐만 아니라 설치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 그동안 민간으로 확산하지 못했다.

정부와 제주도가 히트펌프 설치 비용 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요금제도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460가구에 히트펌프를 보급할 계획으로 9월 기준 1746가구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중 95%가 도내 가정이다.

히트펌프도 분산에너지와 연관이 있다. 히트펌프를 설치할 때는 온수를 저장하는 탱크인 '축열조'가 함께 설치된다. 히트펌프가 전기를 이용해 만든 열을 축열조에 저장했다가 온수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히트펌프 가동에 활용하고, 생산된 열을 축열조에 저장해 필요할 때 쓴다"며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전력 수급 불균형에 대응해 발전·저장·소비를 조절하는 이같은 유연성이 분산에너지 정책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앞으로는 히트펌프 설치 가정들이 마치 전력을 파는 것처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히트펌프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 만큼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이를 거래해 새로운 소득을 얻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보유한 배출권 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고 모자란 배출권이나 남는 배출권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데, 이를 히트펌프 설치 가정에도 도입하겠다는 게 제주도의 구상이다.



ㅣ 제2기 분산에너지 특구 도전

제주도는 도민이 일상에서 분산에너지 효과를 더욱 체감할 수 있게 '커뮤니티 마이크로그리드형' 특구 지정에도 나선다.

커뮤니티 마이크로그리드형은 지난해 1기 특구 지정·발표에 이른바 제2기로, 동일 지역 안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정책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모델로 평가 받는다.

커뮤니티 마이크로그리드형은 같은 변전소 생활권역 내 면적 660만㎡ 이하에서 연간 발전량의 70% 이상을 구역 안에서 직접 소비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커뮤니티 마이크로그리드형 특구 지정을 위해 ▷주택마을형 ▷아파트형 ▷산단형 등 3가지 제주형 모델을 자체적으로 발굴했다.

주택마을형은 서귀포시 신례1리 100세대를 대상으로 마을 내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력을 조달하고, 남은 전력을 이웃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파트형은 제주시 함덕리 임대주택 2개 동 48세대를 대상으로 지붕에 태양광 등을 시설한 뒤 생산 전력을 모든 입주민들이 공유하는 방식이고, 산단형은 용암해수단지 내 태양광과 ESS를 활용해 입주기업들이 전력을 조달 받는 것이다.

제주도는 오는 11월 5일까지 이번 모델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받은 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최종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제2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여부는 오는 12월 판가름 난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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