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바다를 참되게 즐기는 베테랑의 자세

[열린마당] 바다를 참되게 즐기는 베테랑의 자세
  • 입력 : 2026. 09.15(화) 01:00
  • 문창선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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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며칠 전 태풍의 영향으로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해안가를 지나다가 아찔한 풍경을 목격했다. 집어삼킬 듯 솟구치는 파도와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갯바위와 방파제 끝자락에는 긴 낚싯대를 쥔 낚시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바람이 치고 바다가 뒤집어지는 날에 대어(大魚)가 나온다는 속설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멀리서 그 위태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서늘했다. 거친 풍랑 속에서 일렁이는 그들의 모습은 바다를 제압하러 나선 강태공이라기보다, 거대한 자연 앞에 놓인 작은 '미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상 악화 속에서 발생하는 해양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오랜 세월 바다를 다닌 베테랑이니까', '곧 나가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과신이 늘 판단을 가린다.

특히 젖은 이끼가 덮인 갯바위나 구조상 내부로 추락하면 스스로 탈출하기가 불가능한 테트라포드는, 거센 파도가 덮치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감옥이자 덫으로 변한다. 아무리 숙련된 낚시객이라 할지라도 솟구치는 너울성 파도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낚싯대를 쥐고 바다와 맞서는 순간, 자신도 파도의 표적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베테랑의 기술은 거친 풍랑과 무모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미련 없이 채비를 접고 돌아설 줄 아는 '결단'에 있다. 또한 최소한의 생명줄인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통제 구역에 발을 들이지 않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바다를 참되게 즐기는 이의 자세다. <문창선 서귀포시 남원읍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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