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수년 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에서는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동안 잊혀져 왔던 건축인들에 대해 협회차원에서 인물과 건축자료를 수집해 자료화하는 작업이 이른바 아카이브 작업이다. 수년에 걸쳐 아카이브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했던 근대시기의 제주건축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는 건축 선배들을 잘 알지 못했고 더욱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부끄러움이 앞선다. 죄송함과 부끄러움을 전시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기쁜 일이다. 2025년 연말 전시회는 2세대 건축가를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전시회를 찾은 유족들이 방명록에 남긴 감사의 글을 위안으로 삼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수년 전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건축투어 프로그램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건축으로 보는 제주의 근현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자연스럽게 제주 근대 건축가와 그들의 작품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사실 건축과 사회 변화를 별개로 볼 수 없다. 건축가는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세대를 이론적으로 구분한다면 제주 건축의 1세대는 일제강점기, 이종문화가 이식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제강점기에 민주적이고 자주적으로 건축적 활동을 할 순 없었지만 자의든 타의든 일본건축가에 의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기술로 축조된 건축물을 제주사회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제주 건축의 2세대는 일제강점기에서 체계적인 건축교육을 받고 광복 이후 1960년대까지 활동을 했던 건축가들로, 일본 건축 교육체계 속에서 교육받고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광복 이후에는 독립 국가에서 독자적인 건축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시대 상황을 극복하려 했던 건축가들이다. 제주 건축의 3세대는 2세대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도 정규 4년제 대학에서 체계적인 건축교육을 받고 1970년대 고도성장의 사회발전기에 왕성한 활동을 했던 건축가들이다.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 4세대와 5세대로 이어지며 외국과의 교류 등 제주 건축의 외연적 확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중성과 공공성을 고려할 때 건축은 협회뿐만 아니라 행정당국의 관심과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제주미래건축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의 바탕 위에 미래의 방향성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시적인 시각의 틀에서 제주 건축을 들여다보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당국은 제주건축가회와 함께 제주근현대건축의 아카이브 전시를 통한 건축의 대중화·보편화를 위한 사업추진과 장기적으로는 제주건축관 건립추진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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