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생존희생자·유족 62명이 나눈 '치유의 경험'

4·3생존희생자·유족 62명이 나눈 '치유의 경험'
1일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치유를 나누다, 마음을 잇다'
문학·사진·미술 치유 결과물 첫 전시... "다시 불러보는 이름"
  • 입력 : 2025. 12.01(월) 18:28  수정 : 2025. 12. 01(월) 18:59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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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주시 이도2동 나라키움 제주마루 2층에 있는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에서 열린 전시 '치유를 나누다, 마음을 잇다'에서 문학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21명의 어르신들이 쓴 글이 전시됐다.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날이 오면 이 세상에서 받지 못했던 사랑을 마음껏 받고 싶습니다." 4·3유족이자 생존희생자인 윤옥화 어르신은 4·3 당시 총뿌리를 겨누던 군인들 앞에서 자신을 치마폭으로 감싸 안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글을 써내려갔다.

"제 고향 연미마을은 정겨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4·3이 그 모든 행복을 앗아갔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고향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쓰린 마음에 흐르는 눈물만이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4·3때 할아버지, 아버지, 남동생을 잃은 4·3유족인 강춘희 어르신은 그 고통의 시간을 '강물처럼 흐른 세월'이라고 표현하며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1일 제주시 이도2동 나라키움 제주마루 2층에 있는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제주4·3사건으로 고통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족들이 직접 남긴 글과 그림, 사진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센터가 올해 초부터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유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모은 첫 전시 '치유를 나누다, 마음을 잇다'다.

4·3 생존희생자와 유족 등 62명이 이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직접 문학·미술·사진으로 남기며 치유의 경험을 이어갔다. 전시는 이들 한명 한명이 직접 남긴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미술 치유 프로그램 결과물들. 박소정기자

'보고싶은 부모님', '보고싶은 어머니', '보고싶은 언니' 등 종이 위에 손글씨로 써내려 간 21명의 어르신들의 글에는 오래 말하지 못했던 심정과 그리움·고마움·미안함·다짐의 마음을 전해졌다.

또 4·3의 기억을 담으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모든 것으로 부터 해방되는 느낌으로 편안한 시간이었다"는 21명의 어르신들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생각을 색과 형태로 풀어낸 개인·공동 작업물을 통해 국가폭력으로 인한 상처와 회복의 길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아울러 19명의 어르신들은 자신의 일상, 기억의 장소, 소중한 사람과 물건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그 안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센터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진행해 온 치유 프로그램이 단순한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피해자와 유족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보존하면서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의 경험이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치유성과 아카이빙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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