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나도 내가 맘에 들기 어려운데 하물며 타인은 어떻겠는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말이다. 오손도손 정겹게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평화로운 풍경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지금의 우리는 더 최소화된 규격 안으로 들어가 숨어든 채로 존재하는 중이다. 안전과 평화를 위해 고립을 선택하는 사람들, 옷깃만 부딪혀도 인연이라는 옛말은 사어가 된 것 같은 지금의 우리들,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굳이 부딪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 타인을 조사하고 온 힘을 다해 다름을 피해간다. 자연스러운 만남의 추구라는 말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는 이제 광장의 부대낌 속에서 서로를 맹렬하게 흘겨보는 눈빛만 봐도 알 것 같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전편을 잇는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2016년 국내에서도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주토피아>시리즈는 차이와 편견에 대한 세련된 우화인 동시에 여우 닉과 토끼 주디라는 신박한 콤비 플레이를 기둥으로 한 흥미진진한 범죄 수사물의 외피 또한 입고 있어 전세대에 걸쳐 폭 넓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전편이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리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누구나가 갖고 있은 꿈과 용기에 대한 응원을 선사했던 작품이었다면 <주토피아2>는 그 영역을 훌쩍 넓히는 쪽을 택한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꿈을 꾸든' 이라는 개인의 영역을 다루던 전편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우리로 함께하려면' 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편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파충류가 메인 캐릭터로 합류하면서 '귀여운 동물들의 신나는 쑈'라는 관객들의 선입견에도 예기치 않았던 한 방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토피아> 시리즈의 주인공인 사명감에 넘치는 토끼 주디는 핸디캡을 뚫고 자신의 원하는 꿈인 정의로운 경찰에 가까이 다가섰지만 어쩐지 조급함을 떨치지 못한다. 그의 파트너인 여우 닉이 아웃사이더 기질과 계급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느긋한 성정을 갖고 살아가는 것과는 상반된다. 이 둘은 어쩌다 보니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되어 각종 범죄 사건들을 해결해가며 각자가 가진 장점들이 시너지로 완성되는 모습을 목격한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을 너와 함께 해냈을 때의 쾌감과 감동이 이 파트너쉽을 긴밀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그런데 파트너쉽이 공고해질수록 서로가 가진 단점 또한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결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또 불편해지는 순간들. 주디와 닉은 이 변화 속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내쳐진 살모사 게리의 속사정을 알게 된다. 겹겹의 욕망으로 공고하게 유지되던 주토피아가 단지 포유류들만을 위한 낙원일 수 있다는 뼈 아픈 반성이 닉과 주디에게 새로운 숙제가 된다.
<주토피아2>는 캐릭터의 면면을 넓게 펼치는 쪽을 택한 만큼 이야기의 공간 역시 시원스레 확장 시킨다. 각각의 종이 다르게 살 수 밖에 없는 생활 환경을 캐릭터의 개성만큼이나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각 캐릭터들의 표정만큼이나 몸의 동작들이 훨씬 더 잘 보여진다.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인 살모사인 게리가 공간을 가로 지르며 움직일 때 전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이는 사고의 유연함을 촉구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움직임으로도 느껴진다. 예상하듯 <주토피아2>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향하는 영화다. 악한 욕망을 품은 캐릭터는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이들의 합심이 가장 큰 에너지가 되는 것도 예상한 그대로다. 흥미로운 것은 파트너쉽에 대한 작품의 결말이다. 닉과 주디라는 매력적인 콤비에 열광했던 팬들을 무척이나 달뜨고 감질나게 하는 결말을 <주토피아2>는 후속편에 대한 떡밥으로 남겨둔다. 둘에게 또 다른 사건의 실마리가 던져지는 것과는 별개로 영원히 싸우면서도 조금씩 사랑을 쌓아갈 둘의 미래를 넌지시 암시하는 것이다.
너와 나도, 우리와 또 다른 우리도 언제든 다툴 수 있고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이 귀여운 동화는 모르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냈던 순간, 주고 받은 잊히지 않을 말들이 그 사이를 언제든 건널 수 있는 다리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주토피아>의 세계 속에는 타인이 지옥이라는 희뿌연 한숨들 위에 우리들의 천국을 기어코 써넣는 패기의 주디가 있을 것이고 그 뒤를 천천히 따라 걷는 닉이 있을 것이다. 너무 달랐던 타인들이 조금씩 닮아가는 우리가 되는 여정만큼 흥미진진한 어드벤처가 또 있을까. 이토록 교훈적인 모험이라면 몇 번이고 기꺼이 복습할 마음이 든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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