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모성의 연대로 보는 제주 삶의 세계… 허유미 첫 시집

[책세상] 모성의 연대로 보는 제주 삶의 세계… 허유미 첫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펴내
  • 입력 : 2025. 11.07(금) 02:00  수정 : 2025. 11. 10(월) 09:49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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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 모슬포 출신의 시인이 첫 시집을 펴냈다. 걷는사람 시인선 130번째 작품으로 선보인 이번 시집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해녀들과 제주 4·3의 상흔, 그리고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넘어선 '모성 공동체'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시인의 시에서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그 자체로 삶의 무게와 투쟁을 품은 생의 공간이다. 물질을 통해 삶의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겪어 내는 해녀들의 삶을 바라보며 시인은 '바다로 뛰어드는 불굴의 투지를/투자로 바꾼 자는 영웅이 돼/바다를 바닥처럼 내려다 본다'는 구절처럼 자본의 논리에 잠식된 현실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적 중심에는 '어멍(어머니)의 연대'가 있다. 시인은 모성을 고통과 쾌락, 애정과 증오가 뒤섞인 양가적이고 비균열질적인 사건으로 그려내며, 혈연을 넘어 불턱에서 서로를 품어주는 해녀들처럼, 4·3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게 한 것이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는 공동체의 힘이었음을 증언한다.

이처럼 시인은 평면적인 풍경으로서의 제주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얽혀 있는 '삶의 세계'로서의 제주를 기록한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며 직접 겪은 역사와 문화를 여성의 목소리로 표현하며, 바다 위에 펼쳐진 그물처럼 제주의 삶을 정교하게 엮어냈다.

그의 시는 모든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희망을 제시하며, 우리가 삶을 살아 내는 매 순간이 곧 역사와 사랑, 그리고 치유의 과정임을 묵직하게 증명한다. 걷는사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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