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다양… 제주서 '팔도 방언의 말맛'

지역마다 다양… 제주서 '팔도 방언의 말맛'
돌문화공원·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23일 개막… ‘한글마춤법통일안’ ‘님의 침묵’ 등 100여 점
석주명·박용후·현평효… 제주어 연구자들·가치 조명도
  • 입력 : 2025. 09.22(월) 19:30  수정 : 2025. 09. 22(월) 20:07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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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뭐라카노! 어카는데!" 높낮이가 있는 경상. "오-매 좋아부러잉." 파도처럼 일렁이는 전라. "엄동설한에 든든히 입으쇼." 투박한 함경. "밥은 먹었시요?" 나긋나긋한 평안. "펜안히 지내시구요" 새침한 서울. "그렇게 해서 부서지겄냐" 빙빙 돌리는 충청. "옴메나 마수운지 아나?" 힘 있게 끌어올리는 강원. "뭐랭고란?" "왕봥갑써!" 낯설지만 흥미로운 제주.

팔도 방언의 말맛을 보여준다. 지역마다 말소리가 다르고 어휘가 다르고 표현도 다르다. 이러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역 방언의 말맛이 색깔·높낮이로 표현돼 '방언별 시각 양식'에 고스란히 담겼다.

제주특별자치도 돌문화공원관리소와 국립한글박물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가 23일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다.

설문대할망전시관 개관을 기념하고 다가오는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전국 방언의 말맛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료와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된 제주어 보전을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 문헌, 문학, 신문, 영상, 음성 등 방언 관련 자료 100여 점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팔도 화자들의 표현을 통해 다채로운 지역 방언의 말맛을 보여주는 영상 전시. 박소정기자

석주명, 박용후, 현평효 등 제주어를 지켜온 제주방언 연구자들을 조명하는 전시. 박소정기자

22일 오후 열린 개막식에는 도의원, 도내외 박물관·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역 방언의 다채로운 말맛이 소개된 전시를 둘러봤다. 또 제주어가수 양정원과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의 제주어 노래 공연도 펼쳐졌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한글과 방언 연구의 출발점이 된 옛 문헌부터 현대 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한 자료로 지역 방언의 말맛과 특징을 소개한다. 방언의 개념과 표준어의 등장을 담은 '한글마춤법통일안'(1933)과 '조선어 방언의 연구' 초판본(1944), '제주도 속담'(1965),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동학농민혁명군 한달문이 어머니에게 쓴 한글 편지'(1894) 등을 볼 수 있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문학 작품과 기록 속 방언을 통해 방언에 담긴 삶의 풍경을 보여준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1926)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8), 김소월의 '진달래꽃'(1950), '남해문견록'(1771년 이후), 정지용의 '백록담'(1941) 등이 전시된다.

3부 '바람과 돌이 만든 제주어'에서는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 제주어의 특징과 한라산을 기준으로 산남·산북, 동촌·서촌으로 나뉜 지역별 언어를 살펴본다. 석주명, 박용후, 현평효 등 제주어를 지켜온 제주방언 연구자들을 조명하고 '제주도방언집' 초판본(1947), '제주방언 조사 카드'(1950년대), '제주방언연구'(1960) 등 주요 연구자료와 방언 보전을 위한 도내 단체 활동도 담았다.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포스터.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이밖에 관람객이 제주어와 8도 방언을 맞춰보는 '제주어카드'와 '제주어 능력고사', '사투리 능력고사' 등 체험 전시도 마련됐다.

돌문화공원 측은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방언은 우리마을 풍부하게 해 주는 언어적 자산"이라며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이를 보전하는 한글의 힘을 발견하고 우리 말글의 미래를 그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추석에는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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