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를 앓았던 역사 속 인물

[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를 앓았던 역사 속 인물
  • 입력 : 2025. 07.02(수) 01: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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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치매는 인지기능의 저하를 넘어 인간의 사고와 정체성을 서서히 악화시키며,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와 역사 전반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중요한 사회적, 의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는 결코 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 속 수많은 인물들은 치매로 인해 자신의 삶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과 역사의 방향까지도 변화시켰다.

조선의 제21대 왕인 영조는 조선 후기의 정치적 안정에 큰 역할을 했지만 그의 말년은 치매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기억력 감퇴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으며, 밤에는 이상한 지시를 내리는 등 혼란스러운 행동을 했다. 이러한 증상은 환각과 인지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의 특징과 유사하다. 만약 그 시대에 이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었다면, 사도세자의 비극 또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국왕 조지 3세 역시 치매로 인해 통치 말기가 혼란으로 얼룩졌다. 그는 기억력 저하와 환각, 과대망상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이는 당시 영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그의 아들 조지 4세가 섭정을 맡게 되었고, 이는 영국의 통치 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얄타 회담 주역인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도 회담 당시 심각한 뇌혈관 질환을 겪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회담 후 뇌출혈로 사망했으며, 이미 회담 이전부터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있었다. 처칠 역시 뇌졸중을 겪은 뒤 혈관성 치매로 추정되는 증상이 있었고, 이로 인해 루스벨트와 함께 평소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스탈린은 뇌졸중과 심각한 뇌출혈을 겪었으나, 얄타 회담 당시에는 비교적 인지 기능이 유지된 상태였다. 이처럼 지도자들의 건강은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치매는 단순한 의학적 질환을 넘어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심각한 위험 요인임을 보여준다.

"신은 죽었다"는 말로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말년에는 신경매독으로 치매를 앓으며 글을 쓰지 못했고 가족의 보살핌 속에 생을 마쳤다. 화가 드가도 치매로 기억력과 시력을 잃어 창작을 중단해야 했다. 빛과 색의 대가였던 그도 이 병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치매와의 싸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된다. 퇴임 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그는 자신의 투병 과정을 공개하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저는 이제 인생의 황혼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라는 말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했다.

오늘날 우리는 치매를 겪는 이들에게 더 깊은 공감과 배려를 실천하며, 현실적인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기억 속에서 길을 잃은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결국 치매가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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