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의 특별기고] 수출을 선도하는 제주광어, 위기 속에서 제주와의 상생

[이윤수의 특별기고] 수출을 선도하는 제주광어, 위기 속에서 제주와의 상생
  • 입력 : 2025. 04.22(화) 10:45  수정 : 2025. 04. 22(화) 10:47
  • 한라일보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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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의 바다는 단순히 어획의 공간을 넘어섰다. 그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광어는 오늘날 제주 수산업의 심장이자,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표 산업으로 성장했다. 전국 광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제주가 책임지고 있으며, 제주 바다에서 자란 광어는 매년 3천 톤에 가까운 물량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그 수출은 이제 단순히 일본 등 전통 시장을 넘어,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산 광어가 고단백·저지방·오메가3가 풍부한 고급 수산물로 주목받고 있다. 고급 일식당과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시장 역시 중산층 확대와 한류의 영향 속에 제주광어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제주광어는 이제 '국내 소비용 수산물'이라는 틀을 넘어, 글로벌 고급 수산물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닙니다. 제주 어민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양식 기술과 경험, 품질에 대한 집념, 그리고 수많은 실패를 견뎌낸 인내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이 산업이 외부 자본이 아닌 제주 토종 자본과 지역 어민의 손으로 일구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닌, 제주의 정체성과 자존심이 응축된 지역 기반 산업이며, 지역이 주도하고 지역이 성장시킨 전국적·글로벌 산업 모델이다.

또한 영양학적으로도 광어는 매우 뛰어난 식재료이다. 영국 BBC가 광어를 '세계 대표 슈퍼푸드(Superfood)'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제주광어는 맛뿐만 아니라 건강한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인의 식탁에서 프리미엄 수산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상징적이고 중요한 산업이 지금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지하해수 요금 부과가 현실화되며 어민들의 경영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광어 양식에는 일정하고 청정한 수온·수질이 필수인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지하해수이다. 이 지하해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닌, 광어 생존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그런데 최근 지하해수 사용에 대해 실제 요금이 부과되기 시작하면서, 이미 사료비·인건비·질병 대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에게 치명적인 경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양식장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여름철 고수온 현상으로 광어는 섭식을 중단하고, 면역력이 약화되며 폐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과거엔 예외적 현상이었던 이 문제가 이제는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재해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생산 감소를 넘어, 어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제주도 역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동안 행정적 지원을 지속해 온 점은 어민들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수출 물류비, 방역 물품, 수산물 홍보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고, 어민들도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기존 수준의 대응으로는 넘기 어려운'산업 생존의 문턱'이다. 이제는 보다 과감하고 집중적인 행정적 동반자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하해수 요금은 생산 특수성을 고려한 감면 정책이 필요하고, 고수온 피해 대응을 위한 냉각시설, 차광망, 생존수심 조절 설비 등 주요 인프라 구축에 도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제주대학교 등 지역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차세대 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체계 확립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어업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의 광어 산업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준비가 시급하다.

광어 양식 산업은 더 이상 특정 어촌의 생계 문제가 아니다. 수출, 물류, 유통, 가공, 관광 콘텐츠까지 연결되는 복합 산업으로 발전해 있으며, 제주경제 전체와도 긴밀히 연결된 전략 산업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다.

이 산업을 지키고 키워내는 일은 어민 혼자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된다. 제주도와 행정, 교육계, 산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제주도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다가와 주기를, 그리고 함께 걸어가 주기를 진심으로 요청한다. 제주광어는 단지 수산물이 아니라, 제주가 세계로 내놓을 수 있는 프리미엄 산업 브랜드이다.

그 가치를 함께 지키고 키워나가길 소망한다. <이윤수 한국광어양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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