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호의 특별기고] 분쟁해결 위해 달린 70년, 신뢰사회 위해 달릴 70년

[권진호의 특별기고] 분쟁해결 위해 달린 70년, 신뢰사회 위해 달릴 70년
  • 입력 : 2024. 06.13(목)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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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24년은 노동위원회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노동위원회법은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1953년 3월에 태어났다. 민법과 상법에 앞서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에 기대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1954년 중앙노동위원회를 비롯해 제주 등 전국에 지방노동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노동위원회는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 발전의 고비마다 큰 역할을 했다. 건국 시기에는 노사갈등을 체제 내로 흡수하는 데, 산업화 시대에는 노사관계 안정을 통한 경제성장에, 민주화 시대에는 부당 해고 구제, 차별 시정 도입 등 노동기본권 확대에 기여했다. 그렇다면 미래형은 무엇일까?

우리는 산업화를 지나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배고픔의 헝그리(Hungry) 시대는 지났지만 배아픔의 앵그리(Angry) 시대를 좀처럼 못 넘고 있다. 이젠 신뢰와 협력에 기초해 서로 껴안고 동행하는 포용의 허그(Hug)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위원회도 과거 70년의 분쟁 해결을 넘어 신뢰 사회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자율적 분쟁 해결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은 사람 간 거래 관계의 복잡화, 고용 형태의 다양화는 물론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분쟁은 복잡해지고, 명백하게 옳고 그름을 나누기는 더 어렵다. 이에 대응해 근로자와 회사 간 개별적 분쟁은 소송이나 판정을 통한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방식에서 벗어나 당사자 간의 이해를 조율·해결하는 화해(和解)를 활성화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회사 간 집단적 분쟁은 사후적 해결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한 분쟁 해결 전문가의 양성과 교육이 시급하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판결이나 힘의 논리에 의한 분쟁 해결의 대안으로 화해와 조정 등 대안적 분쟁 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또 하나는 전국 유일의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제주노동위원회를 지방분권의 성공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이관될 당시 전문성 부족과 조정·심판 기능의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기우였다. 2023년 기준으로 제주노동위원회의 사건 당 평균 처리 기간은 전국보다 2주 이상 빠르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사건 모두는 제주노동위원회의 판정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노동조합과 회사 간 집단적 분쟁의 조정성립률은 70%대로 전국의 40%에 비교해 월등하다. 노동위원회의 존재 이유인 권리구제의 신속성, 공정성, 노사분쟁 조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 모두를 잘 잡고 있다. 물론 부족한 면도 있다. 고칠 것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워야 한다. 더 나아가 다른 지방노동위원회가 제주를 주목하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위원회 70년. 다짐한다. 더 빠르고 더 공정한 분쟁 해결로 제주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되겠다고. 그리고 기대한다. 신뢰와 협력의 물결이 제주 바다와 함께 넘실거리며 뭍으로, 뭍으로 힘차게 퍼져 가기를. <권진호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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