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인 제주국제공항에 날아들어 추락한 초경량비행장치(드론)에 대한 경찰 조사가 구체적인 비행 경로를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또 최근 정체불명 비행 물체가 또다시 제주공항에 날아들어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사태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실체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공항 관제 공역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날린 60대 관광객 A씨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형사 처벌이 아닌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확인돼 입건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경찰은 이런 사실을 제주지방항공청(이하 항공청)에 통보했다.

A씨는 지난 2월24일 오후 3시~4시쯤 제주공항 활주로와 불과 300여m 떨어진 제주시 도두동 한 주차장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띄운 혐의로 그동안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A씨가 드론을 띄운 곳은 공역 구분상 관제사 지시에 따라 이착륙 또는 이동해야하는 제주공항 '관제공역'이자, 비행이 제한되는 '통제공역'이다. 항공안전법에 따라 공항 중심 반경 9.3㎞ 이내에서 드론을 비행하려면 항공청 승인을 얻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 조사는 A씨 드론이 지난달 13일 제주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 옥상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A씨 드론이 바람에 날려 제주공항에 날아든 뒤 30분에 불과한 배터리 용량이 다 돼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 드론 때문에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항공청은 당시 A씨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 회항이나 지연 운항을 지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안전법은 관제권 내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비행해 항공기를 회항하게 하는 등 공항 운영에 지장을 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항 지시 여부와 상관 없이 A씨 드론이 항공기가 직접적으로 뜨고 내리는 제주공항 활주로를 가로 질러 날아들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조사에선 이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드론에는 비행 시간·경로 등을 남기는 로그 기록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항공청도 A씨 드론 기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문제의 드론이 공항에 날아든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 비행 경로는 미궁으로 남았다.

제주공항에 드론 추정 물체가 날아들어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된 사건도 실체 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주공항에 드론 추정 물체가 날아들어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사건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지만 문제의 비행 물체를 특정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2시 21분쯤 제주공항에 드론 추정 물체가 나타나 15분간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당시 공항공사가 시범 운영 중인 '도심형 드론탐지 레이더'가 제주공항 제2검문소 서쪽 상공에서 비행물체의 최초 항적 신호를 포착했으며 이후 제주하수처리장 쪽에서 마지막으로 항적을 확인한 뒤 신호가 끊겼다. 공사 측은 드론탐지 레이더의 신호로서 정체불명 비행물체의 공항 침입 사실을 인지했을 뿐,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어서 해당 물체가 몸집이 큰 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눈으로 드론을 확인한 것도, 드론 기체를 확보한 것도 아니어서 해당 물체가 무엇인지 단정할 수 없는 상태"라며 "현재로선 공항 주변 CCTV 분석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