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젊을 때는 눈이 엄청 좋았었는데'

[김연덕의 건강&생활] ‘젊을 때는 눈이 엄청 좋았었는데'
  • 입력 : 2022. 08.03(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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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눈은 신체적 노화 과정 중 가장 먼저 극명한 타격이 온다. 20~30대에는 아무 문제없이 지내다, 40대 중후반이 되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남들보다 노안이 빨리 온다며 서러워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그렇다면 젊은 시절 눈이 유달리 좋았던 게 아니라, 애초에 원시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시(遠視)란 말 그대로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인다는 뜻이다. 근시(近視)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시라고 해서 멀리 있는 것이 선명히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보다 먼 것을 잘 본다는 의미일 뿐이다.

원시는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에 맺혀야 할 물체의 상이 그 보다 뒤쪽에 맺히면서 발생한다. 안구의 앞뒤 길이(안축장)가 짧아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각막이 평평하거나 수정체가 얇을 때 생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원시가 없는 성인의 안축장은 24㎜ 정도다. 출생 시는 18㎜이며 3세까지 급속 성장해 23㎜ 정도가 되고, 이후 14세까지 매년 0.1㎜ 정도씩 자라 성인의 안축장 길이에 도달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시로 태어난다. 하지만 어릴 땐 수정체의 탄력이 매우 높고, 초점 조절 능력이 매우 강해 원시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다만, 유치원생 중에도 자신의 조절 능력을 넘어서는 원시가 있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때는 노인들의 돋보기 같은 불룩한 안경을 써서 원시를 보완한다. 망막 뒤쪽에 맺히는 상을 앞으로 끌고 오기 위해 굴절력을 더해야 하므로, 볼록렌즈를 쓰는 원리다. 근시의 경우에는 반대로, 굴절력을 줄여주는 오목렌즈를 쓴다.

원시를 노안과 혼동하기 쉬운데,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초점 조절 범위가 줄어들어 발생하는 것이고, 원시는 초점 조절 범위가 아예 눈 바깥쪽으로 이동해 버린 상태다. 원시인 눈에 노안이 오게 되면, 자신이 가진 원래 도수에 돋보기 도수를 더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두꺼운 돋보기를 사용하게 된다. 게다가 초점 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원거리를 볼 때도 부족한 조절 능력만큼 볼록렌즈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20~30대에 안경을 써야 할 정도의 원시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근시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대부분의 원시는 우리 눈에서 자체적으로 보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절이라고 부른다. 심하지 않은 원시는 근거리든 원거리든 모두 잘 보이고 시력도 잘 나온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자신이 원시인 줄 모르다가, 나이가 들면서 조절력이 떨어져 증상을 느끼고 서러워한다.

원시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조절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보게 되므로, 오후에는 눈에 피로가 쌓여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아침에는 안경 없이 잘 보이다가 저녁에 안경을 찾게 되는 이유다.

젊음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불편해진 눈에 맞춰 안경에 익숙해지고 보는 걸 줄여 덜 피곤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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