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시대 FTA파고를 넘는다](4)친환경 재배농 문태전씨

[개방시대 FTA파고를 넘는다](4)친환경 재배농 문태전씨
안전하고 맛있는 만감류 생산 ‘외길’
  • 입력 : 2012. 02.02(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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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월평동 소재 친환경농산물인증 포장에는 문태전씨가 4년전부터 재배를 시작한 나츠미가 자라고 있다. 올해 첫 본격 출하를 앞둔 나츠미는 5월 초순쯤 수확할 예정이다. /사진=강경민기자

제주서 한라봉 처음 재배하고 이름도 붙여
친환경 한라봉 이어 나츠미도 유기농 생산
만감류 집중 출하시기 피해 여름시장 공략

서귀포시 월평동에 있는 문태전(68)씨의 일터인 친환경농산물인증 하우스 안에는 잡풀이 무성하다. 유기농으로 재배해 이제 막 노란색으로 익어가기 시작한 만감류 나츠미(南津海)와 풀들이 더불어 자라고 있다.

6600㎡의 무가온 하우스엔 유기농 재배 4년째에 접어들며 올해 첫 본격 수확을 앞둔 나츠미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5월 초순쯤 수확해 6~8월 시장에 선보일 나츠미는 평균 당도가 14브릭스로 단맛이 강해 ㎏당 6000~7000원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감류 재배가 점차 늘면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이 4월까지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출하돼 경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 만감류 출하가 거의 마무리되고 나서 여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선택한 작목이 나츠미다."

1991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한라봉을 재배하고 부지화, 데코봉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과일에 '한라봉'이라는 브랜드를 붙인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그지만 주변에서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며 만류하던 한라봉 재배를 결정한 건 생존을 위해서였다고 했다. 양돈에서 시작해 바나나 재배, 가온 하우스감귤 등으로 늘 남보다 한 발 앞선 길을 간 것도 마찬가지다.

유기농 재배를 고집하고 있는 하우스 곁엔 널따란 방제약 제조 창구가 자리하고 있다. 방제약은 먹구슬나무, 협죽도, 천남성, 때죽나무, 은행나무 등 주위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깍지벌레 방제가 가장 힘들다는 문씨는 방제약의 제조방법과 효능 등을 꼬박꼬박 영농일지에 적고 있는데 최적의 병해충 방제약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친환경농업은 대를 이어 아들 문찬식(41)씨에게 이어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후 한라봉 농사를 짓기 시작한 찬식씨는 2000년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가 주최하고 농협중앙회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주관한 '제12회 친환경농산물 품질평가회'에서 한라봉을 출품해 과일류 개인부문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대를 이은 친환경 외고집을 입증한 셈이다. 부친이 짓던 한라봉 재배를 이어받은 찬식씨는 5000㎡에서 생산한 감귤을 전량 인터넷을 통해 개인고객과 직거래한다. 유통 마진이 없으니 당연히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값이 저렴하고 친환경 재배와 고당도의 맛으로 단골고객들을 넓혀가고 있다.

"내가 생산한 만감류만큼은 맛과 품질에서 자신있다"는 문씨지만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밀려드는 수입산 앞에선 예외없이 걱정이 산더미다. 그 걱정은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있는 국산과 그에 절반도 안되는 값싼 수입산 가운데 과연 소비자들이 국산을 선택해 줄 것인가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

자연농법에 대한 고집이 순탄치 않은 길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문씨는 "당장은 힘겹지만 안전한 농산물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먼저 친환경 농산물을 인정해주고 찾는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소박한 듯 하지만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문씨의 믿음이자 절실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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