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산물 과잉생산, 가격안정화 대책 없나

[사설] 농산물 과잉생산, 가격안정화 대책 없나
  • 입력 : 2019. 02.20(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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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지역 월동채소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월동무와 양배추 등 농산물이 과잉생산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사가 잘 되면 농민들이 기뻐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풍년의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내 농산물의 과잉생산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농가의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이 제주농정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조사한 '제주농업 현황과 정책보완과제' 보고서를 보면 제주농가가 처한 현실을 비춰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귤과 월동무, 당근, 양배추 등 제주 주요 농산물 판매가격이 대체로 약세를 보여 단기적으로 농가소득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월동무 재배면적은 2000년 604㏊에서 2017년 6275㏊로 7년새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2018년산 월동무 생산량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34만9000t에 이르고 있습니다. 겨울양배추(만생종 제외)와 배추도 각각 18만4000t과 33만6000t으로 18%대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정책연구실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을 인용해 2018년산 월동무·양배추와 2019년 마늘 생산량은 모두 전년보다 증가해 도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봐 걱정입니다.

도의회는 제주 농산물가격 안정화를 위한 중·단기 정책도 내놨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농산물의 우수성(친환경성·기능성·고품질성)을 홍보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제주 농산물에 대한 시장 확대, 제주형 밭작물 관측시스템을 정교화해 농산물 생산량 조정을 통한 적정 농산물 생산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중기적으로는 제주형 재해보험제도가 원활히 도입될 수 있도록 재해관련 DB를 구축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경쟁력이 높은 새로운 소득작물 발굴과 기존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 정책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제시해 주목됩니다.

특히 도내 농가의 경우 부채와 농업경영비가 다른 지방에 비해 적잖은 편입니다. 농가부채는 6523만원으로 전국평균보다 2.5배나 많습니다. 농업경영비는 4235만원으로 전국평균보다 2.1배 가량 높아 그 부담이 만만찮은 실정입니다. 이처럼 고부채와 고경영비 구조에서 농산물 가격 불안이 반복되면서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적어도 농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는 일만큼은 없도록 가격안정화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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