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극계 뭉친 홍윤애 창작극 가능성 봤다

제주 연극계 뭉친 홍윤애 창작극 가능성 봤다
3~4일 초연 '섬에서 사랑을 찾다' 방언·신화 활용 관객 공감 넓혀
잘못된 호칭· 현실성 떨어진 단벌 의상· 빈약한 무대세트 보완돼야
  • 입력 : 2018. 11.04(일) 18:56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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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협회제주도지회가 제주소재 창작연극 개발사업 선정작으로 이달 3~4일 초연한 '섬에서 사랑을 찾다'. 사진=연극협회제주도지회 제공

제주 연극계 '드림팀'이 뭉쳤다. 연출(김성노)과 극본(한윤섭)을 제외하고 제주 연극동네에서 길게는 수십년 몸담아온 이들이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했다. 제작비도 단일 작품으론 최대 규모였다. 지난 3~4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된 창작극 '섬에서 사랑을 찾다'(사진)를 말한다.

이 작품은 2018년 제주소재 창작연극 개발사업 선정작이다. 창작뮤지컬 '만덕'이 지역 홀대 지적을 받자 제주시가 뒤늦게 제주 연극계에 예산을 대며 만들어졌다.

한해 '만덕'에 투입된 예산의 7분의 1이 쓰였고 탄생 과정이 씁쓸했지만 가능성을 봤다는 평이 나온다. 연극협회제주지회 소속 극단 만이 아니라 비회원 연극인들이 모처럼 힘을 모은 결과다.

1시간 40분 동안 일부 배우들의 호흡과 발성이 불안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연기를 보였다. 양순덕 고가영 강종임이 맡은 극 중 '아주망 3인방' 장면은 특히 관객 호응도가 높았다. 조선시대 제주여인 홍윤애와 유배인 조정철의 애달픈 사랑을 모티브로 할망·하르방신 등 신화를 버무려 상상력의 통로를 열어줬다. 제주 연극인 협업이 더해진 제주방언 대사는 섬의 격절과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는 장치가 됐다.

하지만 1000여석 대극장에 올린 무대 세트는 빈약했다. 단순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지칭인 홍랑을 시종 호칭으로 쓴 점, 계절과 해가 바뀌어도 홍윤애 등이 단벌 의상으로 등장하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제주소재 연극을 표방한 만큼 제주민요 등을 끌어온 배경 음악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극 중반을 넘겨도 갈등 구조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여인의 희생이 오늘날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도 미지수다.

연극협회제주지회는 내년엔 제주시 지원으로 진행해온 기존 '더불어-놀다 연극제'와 연계해 이 작품을 재공연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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