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의 건강&생활] 긴 병에도 효자로 살아가기

[박준혁의 건강&생활] 긴 병에도 효자로 살아가기
  • 입력 : 2018. 05.09(수) 00:00
  • 김현석 기자 hallas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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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님에게 병이 생기면 처음에는 대부분 가족들은 정성을 다해 부모님을 간병하고 돌보지만, 점점 진행되는 병에 가족은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치매는 병의 특성상 병의 기간이 길고 점진적으로 병이 악화하고 새로운 증상도 발생해 특히 가족의 정서적인 부담과 고통은 매우 크다. 치매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병은 발병부터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은 평균 약 10년이다.

전반적인 치매에 대한 인식도가 많이 높아져 이전보다 치매환자와 가족도 치매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 훨씬 적극적이다. 조기 진단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약물치료의 순응도도 훨씬 높아졌다.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로 치매의 진행속도는 늦춰져, 의학 발달로 인한 중증 치매 환자 생존기간 연장으로 역설적으로 가족은 치매환자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노인 10명이 한 명이 치매인 시대로 대부분 사람들은 치매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치매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일주일, 한달 사이로는 치매의 진행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1년을 기준으로 하면 그 변화를 확실이 인식할 수 있다. 치매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당장 하늘이 무너지는 헤어짐을 준비해야 되는 병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병이다. 치매로 인해 환자의 의식주 문제가 생겼는지, 약을 혼자서 빼먹지 않고 잘 드실 수 있는지, 고사리 꺾다가 길은 잃어버리지 않는지, 노인정에서 자꾸 잊어버린다고 핀잔을 받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돌봄이 필요하다.

치매는 분명 '긴 병'에 속하기 때문에 가족들간의 지속적인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대부분의 돌봄의 부담을 짊어진다면 그 돌봄의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치매 첫 진단 후 치료와 돌봄에 열성적이고 본인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가족일수록 병의 진행으로 인한 정서적인 고통과 상처는 더 크다. 부인의 치매 진단 후 거의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는 남편은 언제가 정신적인 피로와 심리적인 고통으로 인한 무기력증을 경험하기 쉽다. 그 상태가 되면 결국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더 큰 불행을 야기한다.

치매환자가 중증으로 접어 들면서 가족도 못 알아보고, 대소변 관리의 어려움, 보행장애 등이 생기면 요양시설 입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물론 가족들 내에 충분한 인력이 있으면 집에서도 가능하지만, 현재 핵가족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요양시설에 입소에 대한 가족간의 이견으로 가족들간의 불화가 생기고 결국 치매환자 돌봄 자체에도 악영향이 미치게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환자의 돌봄에 큰 변화가 생길 때는 담당 주치의 또는 치매관련 전문가와 꼭 상담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 현재 이용 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무슨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치매에 돌봄에 관한 다양한 전문적인 서비스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해 가족의 치매 환자의 돌봄의 질이 치매의 약물치료 치료만큼 중요하다고 한다. 누구나 치매환자 가족으로 살아가길 원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치매환자 가족으로도 지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스스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치매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길 바란다.

<박준혁 제주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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