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관세 오렌지에 휘둘리는 제주감귤

[사설] 무관세 오렌지에 휘둘리는 제주감귤
  • 입력 : 2018. 03.29(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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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오렌지의 공습이 본격화됐다. 계절관세가 완전 철폐된 오렌지가 밀려들면서 제주산 만감류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금 한창 출하되고 있는 한라봉과 천혜향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개방의 여파가 현실화되면서 감귤농가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감귤산업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산 오렌지는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3월부터 8월까지 계절관세가 적용돼 왔다. 관세가 35%에서 순차적으로 인하되다 이달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미국산 오렌지는 3월부터 8월까지 집중적으로 수입된다. 이달부터 무관세로 전환된 미국산 오렌지가 들어오면서 한라봉·천혜향 등 제주산 만감류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2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천혜향 3㎏들이 상자당 평균 도매가격은 1만2200원이었다. 한달 전인 2월20일 2만원선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지난 17일엔 1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1만200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한라봉도 3㎏들이 상자당 8700원선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소비부진으로 재고까지 쌓이면서 앞으로 만감류의 가격은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감귤농가에서는 한숨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천혜향의 경우 2월달만 해도 가격이 비교적 좋았는데 3월 들어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실감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 걱정을 더욱 키우고 있다. 관세 철폐로 가격이 20% 이상 내린데다 작황마저 좋아지자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중소형 마트들이 오렌지로 돌아섰다. 도매시장 중도매인들도 덩달아 제주산 만감류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특히 한라봉에서 천혜향으로 작목을 갈아탄 농가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러다 제주의 만감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푸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얼마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산 오렌지의 국내 공급량이 1% 증가할 경우 한라봉 가격은 0.9%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잖아도 제주감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산 오렌지 수입은 해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은 13만1675t으로 한·미 FTA 발효 이전(9만2654t)에 비해 무려 42.1%나 증가했다. 이제 계절관세마저 없어지면서 미국산 오렌지 수입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산 오렌지가 제주감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만큼 소득보전 등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렌지 공습'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정당국·농가·생산자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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